장경덕 작가·번역가
장경덕 작가·번역가

“탄 치즈에 무슨 마법이 있나?” 하워드 슐츠는 단단히 화가 났다. 스타벅스 CEO 자리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에 집중하던 슐츠는 2007년 위기의 냄새를 맡았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특유의 오라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가 가장 못 참아 한 것은 그릴에 치즈 샌드위치를 데울 때 코를 찌르는 냄새였다. 신선하고 따뜻한 에스프레소 향으로 가득해야 할 매장을 치즈 냄새로 압도해버리는 것은 스타벅스를 질식시키는 짓이었다.

스타벅스는 2003년부터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다. 베이글 샌드위치부터 소시지, 터키 베이컨, 햄 앤드 에그와 잉글리시 머핀의 여러 조합을 실험했다. 따뜻하게 데우는 샌드위치마다 치즈가 들어갔다. 슐츠는 샌드위치가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경쟁사 식품을 들고 들어오거나 다른 식당에서 먹을 것과 저품질 커피를 함께 구매하는 것을 봐왔던 터였다.

슐츠는 처음부터 데우는 음식을 판다는 발상을 싫어했다. 하지만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는 충성 고객이 늘어났다. 그 음식이 인기를 끌수록 바리스타들은 샌드위치를 오븐에 데우느라 바빴고, 흘러내린 치즈가 지글지글 타면서 나는 냄새가 매장을 뒤덮었다. 몬테레이, 모차렐라, 체다 치즈 중에서도 슐츠는 체다 타는 냄새에 질색했다.

슐츠는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치워버리라고 지시했다. 글로벌 제품 개발 책임자가 그 말을 전하자 CEO인 짐 도널드는 스타벅스에는 샌드위치가 있어야 한다며 반대했다. 샌드위치를 치워버리면 매출과 충성 고객을 잃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고객과 시장 조사 결과도 그 논리를 뒷받침했다.

몇 년 동안 기획과 연구개발, 시험을 거쳤던 신제품 개발 담당자들의 사기는 꺾였다. 그들은 한때 ‘아로마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소시지와 베이컨, 탄 치즈 냄새를 없애려고 머리를 짜내기도 했다. 다른 오븐을 써보고, 오븐을 더 자주 청소하고, 샌드위치를 싼 종이를 교체하고, 치즈가 덜 흐르게 데우는 시간을 줄여보기도 했다. 오븐의 냄새가 실내 공기에 퍼지지 않게 히터와 에어컨 통풍기 제작까지 손 봤지만 소용없었다.

치즈 냄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 문제를 놓고 창업자와 CEO 간 긴장이 고조됐다. 고객 데이터를 따를 것인가, 창업자의 직관을 존중할 것인가. 매출을 중시할 것인가, 브랜드에 미칠 손상에 주목할 것인가. 슐츠는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고 장기적 이득을 얻으려 했다. CEO의 생각은 달랐다. 슐츠는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2008년 1월 8년 만에 CEO로 복귀한 슐츠는 커피 향을 방해하는 샌드위치는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슐츠는 창업자의 관점은 독특한 것이라고 했다. 기업가는 건설자다. 창업자들은 그 기초부터 벽돌 하나하나까지 알고 있다. 그가 스타벅스를 보는 관점은 전문 경영자와 다른 것이었다. 물론 기업가들은 자신이 일으켜 세운 것에 대한 애정 때문에 눈이 흐려질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슐츠의 직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스타벅스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한 세대 넘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 기업이다. 1992년 기업공개 때 1000달러를 투자한 이를 생각해보자. 공모가는 17달러였으므로 당시 59주를 살 수 있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2대 1 주식분할을 여섯 차례 실시했으므로 당시 59주는 지금 3776주가 됐다. 2월 27일 현재 이 회사 주가는 94달러다. 따라서 32년 전 1000달러는 지금 (배당을 제외하고도) 35만 달러 넘게 불어났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360억 달러였다. 거의 매일 1억 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기 상승 추세에서 크게 이탈하며 깊은 골로 추락한 시기가 있었다. 스타벅스의 공모가는 주식분할이 이뤄진 현재의 주당 가액으로 환산하면 0.26달러였다. 같은 주당 가액으로 계산할 때 2006년 4월 20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008년 11월 3.5달러로 80% 넘게 폭락했다. 2008년 이 회사 순익은 3억2000만 달러로 한 해 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슐츠의 직감대로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폭락했던 스타벅스 주가는 2011년 7월 전고점을 회복했다. V자형 반등이었다. 치즈 탄 냄새가 커피 향을 뒤덮은 것은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구멍이었다. 당시 스타벅스의 구멍은 그것 말고도 여럿 있었다. 그렇다면 슐츠는 스타벅스가 잃어가고 있던 것을 어떻게 되찾았을까?

장경덕 작가·번역가

33년간 저널리스트로서 경제와 기업을 탐사했다.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 『정글 경제 특강』 등을 썼고 『21세기 자본』 『좁은 회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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