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애플 협업 시큰둥 "우리보다 느린데?"
지난해부터 레벨3, 2027년 레벨4 상용화 계획

사진/애플카 이미지
사진/애플카 이미지

'하드웨어' 제조 능력이 부족해도 '소프트웨어'만으로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가능했다고 믿었던 것일까. 스마트폰처럼 차량을 통해 플랫폼을 장악하려던 애플의 10년 계획이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지만, 시장에서의 자율주행차량 개발 속도에는 변함이 없다.

2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8일 애플카를 개발하는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애플이 자율주행차량 '애플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타이탄’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애플카 개발 계획은 당초 2019년에 첫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5년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궁극적으로는 운전자의 제어장비 없는 레벨5 수준을 목표로 했다고 알려졌다.

이 계획은 계속해서 밀려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은 2026년, 레벨4는 2028년으로 지연됐고 최종적으로는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도해왔으며 이를 위해 무인 자율주행차 테스트 설비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만 한계를 느끼고 기존 완성차 업체와 협업을 시도했음에도 성사되지 않았다.

2021년 업계에는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애플카 생산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곧 이어 협의 중단 사실이 알려졌고, 현대차는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기아 또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사전에 정보가 누출된 점에 불만을 가지고 협업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완성차 업체들도 애플과의 협업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유럽의 여러 업체들과도 협업을 추진했지만, 폭스바겐그룹은 "애플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폭스콘처럼 위탁생산을 원하던 애플의 제안을 완성차 업체가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포티투닷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포티투닷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또한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투자를 이미 진행하며 자체적으로 OS를 마련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애플과의 협업 이점이 떨어진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포티투닷 지분을 취득한 후 계속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SW 개발 조직을 별도로 분리해 '카리아드(CARIAD)'라는 회사를 출범시켰다. 벤츠는 MB.OS를 바탕으로 준비 중이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과 SDV 시대로 전환함에 있어 OS 통제권을 놓치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이를 반영하듯 애플과 협업설이 나왔던 기아의 주가는 애플카 포기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가가 28일 종가 대비 3..65% 가량 올랐다. 반면 애플카와의 전장 협업 기대감에 국내 관련주로 묶였던 LG전자는 28일(한국시간) 전 거래일 대비 0.83% 하락한 9만5300원에 장을 마쳤다. 전장생산업체에 PCB(인쇄회로기판)을 공급하는 현우산업도 2.34% 하락했다.

애플카의 포기는 애플이 가진 소프트웨어 능력만으로는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완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2021년 알려진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애플카는 1만8805마일(약 3만263㎞)의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이탈 회수는 6.91회를 기록했다. 앞서 2019년 8.35회보다는 낮아졌다. 애플카가 이탈 없이 갈 수 있는 거리는 145마일(약 233㎞)로, 구글 웨이모(Waymo)와 GM 크루즈(Cruise)가 1만2000마일(약 1만9312㎞)당 1회의 이탈률을 보인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성능이다.

애플은 이르면 2025년 또는 2026년 레벨2+나 레벨3 자율주행차량을 선보인다고 알려졌지만 벤츠와 토요타는 이미 지난해부터 레벨3를 시중 판매 차량에 적용했다. 현대차도 올해는 레벨3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레벨4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기존 완성차 업계보다 느리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5년 레벨4 버스·셔틀, 2027년 레벨4 승용차 출시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2025년 레벨4 수준 완전 자율주행 다목적차량((Multi-Purpose Vehicle)을 계획 중이다.

한편에서는 애플이 에어백과 운전대, 차량 서스펜션 시스템와 댐퍼 등 특허를 출시하며 하드웨어에 대한 능력도 갖춰가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현재 완전자율주행으로 나가는데 있어 핵심은 라이다와 레이더가 꼽힌다. 최근 일어난 자율주행차량의 사고도 대부분 라이더와 레이더가 물체의 속도나 거리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거나, 물체의 형태를 구분하지 못했고, 각도나 방향에 따라 센서 감지 범위가 제한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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