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김세종
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김세종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2022년 8월에 출범한 ‘민간 플랫폼 자율기구’를 통해 갑을 관계, 소비자・이용자, 데이터・인공지능(AI), 혁신공유・거버넌스의 4개 분과를 구성하여 각 분과 별로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부 플랫폼 사업자의 소위 갑질 논란이 확산함에 따라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화된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논란 등 폐단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전에 소수의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소위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반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의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도한 대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되면 4가지 독과점 남용행위가 규제를 받게 된다. 즉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가 금지된다. 자사 우대는 자사 플랫폼상에서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의 상품・서비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대하는 것을 말한다. 끼워팔기는 플랫폼 서비스와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멀티호밍 제한은 자사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에만 게임을 출시하고 원스토어에서는 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혜대우 요구는 자사 플랫폼상의 거래조건을 타 유통채널 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행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유럽연합(EU)이 2023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은 핵심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를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사전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EU의 디지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최근 3년간 유럽연합 지역에서 연간 75억 유로 이상의 매출, 750억 유로 이상의 시가총액 또는 시장가치, 플랫폼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 4천 500만명 이상 또는 기업고객(입점 업체) 1만개 이상, 회원국 3개 이상에서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하는데 2023년 9월에 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바이트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사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어 2024년부터 규제를 적용받게 되었다.

2020년 이후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국회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플랫폼 사업자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입법 시도가 있었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국회에는 20차례의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갑을 관계 규제 및 독과점 남용행위 규제가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이용자 보호 관련 규제 도입은 2건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입법 추진과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과 더불어 사전규제 도입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사전규제가 도입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이른바 토종 플랫폼 기업의 손발이 묶이고 디지털 패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는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향후 공정위가 업계, 관계부처 등과의 논의 과정에서 해외플랫폼과의 치열한 경쟁 현실, 동태적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규제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이 추진되었으나, 과잉규제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하여 계류되어 있던 관련 법안들은 전부 폐기되었다는 점도 우리가 사전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유통 플랫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날로 치열해지는 해외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업계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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