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38배 불과, 최근 2년 무배당…5년 간 차입금 상환 계획만 108조원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흑자 전환으로 강화된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워낙 나갈 돈이 많아 결국 30조원 여유금을 쌓아 놓고 있는 자회사들에게 배당확대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들은 한전 주식을 각각 1010억원과 3365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순매수 규모로는 4위와 3위다. 이에 따라 종가 기준 2월 1일 2만400원이었던 한전의 주가는 29일 2만4800원까지 올랐다.

연기금과 기관이 한전 주식을 순매수한 이유는 한전의 흑자 전환 가능성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상이 대는 저PBR 기업의 대표 종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4조5691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32조6034억원을 기록했던 적자폭을 대폭 줄였으며, PBR은 0.39배로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1'배에 매우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영증권 권덕민 연구원은 "올해는 (한전) 연간 흑자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매출액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94조7257억원, 영업이익은 8조9595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 중에는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 부양과 함께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금 확대 등이 꼽힌다. 한전은 2021년과 2022년 적자를 기록하며 배당을 하지 못했다.

올해 흑자 전환을 통해 배당 여력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 당장 그정도 여유는 없어 보인다. 지난해에도 한전의 어려운 재무상황에 6개 자회사와 한전KDN은 한국전력이 요구한 총 3조2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안을 의결했다.

한국전력공사 주요 자회사.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 주요 자회사. 사진/한국전력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동서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계열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2022년 말 기준 29조 3762억원으로, 지난해 중간배당 후에도 아직 많은 유보금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조 단위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2022년 기준 6개 계열사가 한국전력에 배당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1871억원에 불과해 그동안 집행하지 않았던 배당금을 몰아서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619억원 당기순손실에도 배당금은 1360억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었고,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도 한전 배당금 수익에 큰 몫을 차지할지 주목된다.

한국전력이 올해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지출하기로 계획된 비용이 많아 배당금의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은 동반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자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이자비용이 올해도 늘어난다. 별도 기준 한전의 차입금은 2022년 말 7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9조6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조달금리는 3.40%에서 3.61%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한전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은 2조6112억원에서 3조2345억원으로 6233억원 증가한다. 연결 기준으로는 이자비용이 1조6000억원 늘어났다.

한국전력공사 차입금 상환 계획.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 차입금 상환 계획. 사진/한국전력

한전의 차입금 상환 계획도 유동성 부담을 키운다. 한전은 올해 35조3000억원을 시작으로 2029년 3조8000억원까지 5년 간 108조3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매년 지출하는 투자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한전의 투자계획은 2022년 1조4140억원에서 2025년 약 2조원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투자계획 집행률이 92%로, 해당 계획이 올해로 이연될 경우 기예정된 1조7629억원보다 늘어난 1조8876억원 가량을 소요할 전망이다.

또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766억원을 지원할 계획도 밝혔다.

이렇듯 나갈 돈이 전년 대비 증가한 만큼 영업이익도 늘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영업적자 폭이 개선된 건 원가가 하락한 점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석탄 단가는 2022년 톤당 27만8000원에서 2023년 23만원으로, LNG는 154만3000원에서 135만5000원, 유류는 126만7000원에서 118만9000원으로 낮아졌다.

올해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기에도 4월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와 정부의 소비자 물가부담 경감 기조 정책 방향과 맞물려 쉽지 않다. 또 산업용을 올리려 해도 최근 인상을 통해 가정용과 산업용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또한 어렵다.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판매단가 kWh 당 2022년 118.7원에서 153.7원, 가정용은 139.1원에서 169.5원으로 올랐다. 또 지난해 산업용은 판매량이 1.9% 감소했지만 판매수익은 27조1000억원으로, 판매량이 2.9% 증가한 가정용 판매수익 25조3000억원보다 많았다.

한전은 배당정책에 대해 컨퍼런스콜을 통해 "한전법상 별도 당기순이익에서 이월결손준비금 제외분을 배당가능이익으로 산정할 수 있다"며 "2023년 배당 여부는 실적 확정 시점에 결정 예정이나 향후 흑자 전환할 경우 기획재정부 정책과 연계해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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