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한국유행가연구원장
유차영 한국유행가연구원장

말(구어체)에는 각양각색의 본새가 있고, 용어(구어체)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말과 용어를 아우르고, 개별적인 특정 몸동작이 더해지는 소통과정에는 각별한 메시지가 있다. 이 메시지를 매체 혹은 맥락으로 하여, 상호 간에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공감대다. 이는 우리 한글(말)의 고유함이고, 특별함이다.

이런 말과 용어 중에서 출처와 본새와 의미가 고유하지 않은 것 하나를 꼽으면, 오늘날 열기 머금은 바람인 듯 풍성거리는 <트로트>라는 단어이다. 대중가요 유행가 경연 열풍이 날마다, 절기마다, 해마다 방송매체마다 고유하거나 패러디를 한 기획연출로 감성 물결을 이어가는 덕분이다. 이러한 유행가의 유행화 경향에 찬사를 보냄과 동시에, 자긍(自矜)의 마음을 더하는 면면에도 감사를 드린다.

이러한 경향과 사조는 <트로트>라는 장르·용어에 매달린 바람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대중가요는 1921년경 통창되기 시작한 <희망가>를 기준으로, 100년의 궤가 흘러왔고 흘러가고 있다. 더러는 1894년경부터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린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창가(대중가요)의 시발로 치면서, 우리 대중가요사를 130여 년으로 가름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트로트>라는 말과 용어에 골똘해 보면, 마음이 밤이슬에 젖은 삼베옷을 걸친 것처럼 눅눅하게 무거워진다. 그래서 이 용어를, 순수한 우리 고유의 노래 아리랑(我理浪·我理朗)과 가요(歌謠)를 융합한, <아랑가>로 통칭하기를 제언한다. 우리말은 <아랑가>로, 한자로는 <我浪歌·我朗歌>로, 영어로는 <ArangGA>로 표기하면 좋겠다.

<트로트>라는 용어는 1960년대부터 우리 고유 노래의 한 장르, 대표적인 단어로 통칭해온 말이다. 당시에는 뽕짝으로 칭하기도 했다. 이 말(구어체)의 본새와 용어(문어체)에 담기거나 전하는 메시지를 숙고하기보다는, 일상적인 말과 용어로의 통용이 먼저였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시절 양풍(洋風)처럼 불어온 팝과 스탠더드팝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예술의 양화(洋化) 영향도 있었으리라. 경술국치에 뒤이은 식민터널의 끝, 해방광복과 미군정과 6.25전쟁과 월남전쟁 파병의 연쇄 역사 노드에서 탄생한 사생아 같은 용어일 수도 있으리라.

이 <트로트>라는 용어는, 1910년대 미국에서 불린 폭스트롯(Foxtrot)이 시발점이다. 4/4 박자 4비트 리듬을 바탕으로 연주하는 춤곡으로, 폭스(Fox)라고도 부른다. ‘빠르게 걷는다’는 의미다.

이는 1914년 미국 보드빌 쇼에서 해리 폭스(Harry Fox)가 처음 선보였다는 것이 통설이다. 또한 당시 보드빌 쇼에서 주축을 이루던 래그타임(ragtime, 재즈를 가미한 피아노 연주)의 댄스 스텝을 응용한 것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이것이 일본으로 천이된 후, 엔카(演歌)에 접목되어, 도롯도(도로도)라는 어눌한 말과 용어로 우리나라로 유입되었다. 이 말이 오늘날 우리가 통용하는 <트로트>라는 용어의, 사용 모멘텀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냥 덩달아 지속적으로 풍성거릴 뿐이다. 통속적이거나 상업적인 활용에 주의를 기울였을 터이다. 이렇게 60여 년의 세월 동안 귓전을 들락거렸으니, 생경(生梗)할 것도 없는가. 아니다. 다시 되새김질을 해봐야 한다.

도대체 이 <트로트>라는 말이, 우리 고유한 유행가와 연계하여 사전적으로 의미하거나, 감성적으로 품고 있는, 우리 고유의 감정과 감성은 무엇인가. 그야말로, 말(구어)과 용어(문어)로 먼저 사용·통용하면서, 감성적인 의미와 메시지를 억지로 얽어서, 엮어 짠, 엇대어 연결 지은, 의미상의 베(綿布, 면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이제는 우리의 고유한 이름패(말·용어)를 달아야 한다. 늦었다. 하지만 늦지만은 않았다. 다시 1년 혹은 100년의 뒷날, 아랑가로 통용될 미래의 오늘을 앞당겨서 새겨보시라.

그날이 오면, 그때가 오면, 그때를 오늘날 우리처럼 살아갈 후손들이, <아랑가>라는 말과 용어에 저마다의 팬덤으로 매달릴 것이 아닌가.

<아랑가>(我浪歌·我朗歌·ArangGA)라는 말과 용어를, 오늘 우리가 숙고와 고뇌 없이, 통용하면서 스스로 감응하고, 감동하고, 감격하고, 대리만족하고, 힐링하고, 가슴 벌렁거리고 다독이는 매체, <트로트>라는 말과 용어처럼 통용할 날을 앞당겨보자.

필자는 <트로트>를 <아랑가>로 통칭하자는 국민제안을, 문화체육관광부로 공식 제안했었다. 국민제안, 1AB-2312-0015650. 답변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로, 다시 문의하라는 안내였다.

트로트라는 말처럼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써오던 표현을 새롭게 고치는 일은,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갈이었다. 언어 사용이 개인의 주권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국가에서 일사분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귀띔했다.

다분히 실무담당관다운 정성과 영혼을 얽은 답변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언어 사용자들이 합심하여 올바른 언어문화를 가꾸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일러주었다. 공감한다.

그렇다. 필자의 제언 요지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제안(提案)을 한(하는) 것이다. 국민 캠페인으로 열기를 더하자는 것이다. 통제도 아니요, 선동은 더군다나 아니다. 통용하는 말과 용어에 고유한 의미와 메시지를 부여하자는 각별한 제언이다.

누가 국민적 합의를 주도할 것인가. 오늘날 통용하는, 통용되는, 사전(事典)에서도 찾을 수가 없는, 수많은 통용어들은 누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준 것인가. 시대별 세대별 연령별 성별별 커뮤니티별로 사용 통용하는 말과 단어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초고속 진화, 승화, 강화의 언어설림(言語說林)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경향 속에서, 특정 개인의 열정은 주변과 커뮤니티의 관심 대상이 되고, 이 관심은 따라 하거나 공감하는 유행으로 번진다. 이런 유행은 문화로 이어지고, 이 문화가 지속되고 확장되면, 역사가 된다. 특정한 지역이나 커뮤니티의 역사는 인류학의 단초로 쌓인다. 사회학적인 맥락이 되기도 한다. 이 단초와 역사의 강 물결에 띄워진 돛단배의 선단(艦船)은 영원으로 가는 감성 유람함대(遊覽艦隊)가 된다.

<트로트>라는 말과 용어를 <아랑가>로 통칭, 통념, 통설, 통용하자. 가장 오래된 우리 것, 가장 우리다운 것, 가장 깊은 골(샘)에서 흘러나온 우리 것이, 가장 글로벌한 K-팝과 K-컬쳐로 빛나고 있음이 이에 대한 증표이다.

<아랑가>는 ‘아리랑과 가요’를 융복합한 우리 고유의 말과 용어이다. 이 말과 용어에는 5천 년 우리 민족의 기(氣)와 혼(魂)과 얼(臬)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660만 중소기업, 노래하는 CEO 여러분에게, <아랑가>라는 감성의 깃발을 들려드린다. 아랑가~ 아랑가~ 아랑가~.

한국유행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대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유차영(519444@hanmail.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