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허정지 처분 속도…근무시간 단축·지원금 등 처우개선 약속
폐문부재 회피 때도 통지서 발송…이달 첫 면허정지 사례 나올수도

정부가 집단사직 후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6일 서울 한 우체국에서 관계자가 수취인 부재로 되돌아온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집단사직 후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6일 서울 한 우체국에서 관계자가 수취인 부재로 되돌아온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하고 있으나 의료계와 정부의 한 치 양보도 없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도 이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과 정부 사이의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0명 증원' 입장을 재차 고수하면서 환자를 버리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전공의에 과잉 의존한 대형병원 진료 시스템 개편이나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 개선 등 '의료체계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1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지난달 16일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결정을 밝힌 뒤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사이 정부와 전공의들 사이의 대화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와 의료계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기존의 입장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집단사직 후 진료개시(복귀)명령 등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행정명령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며 면허정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강경책에도 이탈 전공의는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이달 7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 이탈자는 92.9%나 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표성에 의구심을 표한 정부가 의료계에 '중지'를 모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의료계에서는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대화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과 이탈 전공의 처벌이 더욱 구체성을 띄자 일부 의대 교수들은 사직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40개 의대 중 33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비공개 총회를 열고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와 대학 본부는 의대증원 신청 규모를 두고 갈등을 벌여 왔고 일부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낼 계획을 밝혔다. 전날에는 서울의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 중 일부의 교수협의회가 회동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초까지 근무지 이탈 전공의 1만여명 모두에게 3개월간 면허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칠 계획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 등으로 통지서를 회피할 경우에 대비해 발송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이후에도 재차 통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중 이번 사태에 따른 첫 면허정지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의대증원 규모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전공의 처우 개선이나 전공의에게 과의존하는 의료계계를 이참에 개편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분만·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로 지원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또 36시간인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과 80시간인 주 최대 근무시간 단축을 검토할 방침이다.

같은 날에는 대형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소위 '빅5 병원'의 전공의는 2745명으로 전체 의사(7042명)의 40%를 차지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한 종편채널에 출연해 "수련의가 병원을 떠났다고 해서 시스템이 안 돌아가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문제가 있다"며 "(대형병원 등에서) 전공의 의존 체계를 정상화하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을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추진해나가고 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보다 더 제도화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진료지원 간호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감별, 검사, 치료·처치 등 총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와 관련한 업무범위를 설정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성 실장은 특히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증원 규모는 변함없다고 강조하면서 "40개 대학에서 3401명 증원 요청이 들어왔는데 2000명이라는 숫자와 대학 여건을 고려해서 (의대별로) 분배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