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약 500%에 향후 4년 만기 회사채 25조원
차입금 줄었어도 이자는 증가…수요 감소 우려도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진/한국가스공사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요금인상 압박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부채에 이자부담이 큰 가운데 향후 4년간 만기가 돌아올 회사채도 수 십 조원 규모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총부채는 47조4287억원이며, 부채비율은 482%다. 전년 499%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활동이 부진했던 게 이유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한국가스공사는 "운전자본 감소 등으로 장단기 차입금이 3조9949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23년 총자산은 5조1703억원 줄었으며, 이는 매출채권이 4조7473억원 줄어든 영향이 반영돼 있다.

차입금은 줄었지만 이자비용은 오히려 같은 기간 이자율 상승과 차입금 평균잔액 증가로 6678억원 늘었다. 이자비용을 포함한 금융손익 금액은 2022년 8282억원에서 1조5928억원으로 7646억원 적자 폭이 증가했다. 그러는지 보니 당기순이익도 1조4970억원 흑자에서 7474억원 적자로 크게 떨어졌다.

한국가스공사 만기 예정 회사채 금액.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만기 예정 회사채 금액. 사진/한국가스공사

500%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금액도 시급하게 필요하지만, 올해부터 만기가 예정된 회사채 규모도 만만치 않아 당장 개선이 어렵다. 올해 3조1275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 5조815억원, 2026년 4조5675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특히 2027년에는 무려 12조7369억원이 예고돼 있다.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예정된 회사채 금액이 12조7765억원, 4년 합계는 25조5134억원이다.

이자비용에 차입금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대비할 금액에 더해 올해부터 설비투자 금액도 매년 상당한 규모로 지출하기로 계획돼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24년 2조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를 설비투자에 사용하며, 내년에는 2조1515억원, 2026년과 2027년은 약 1조5000억원 씩 투자하기로 계획했다. 총금액은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가스공사는 매출액 44조5560억원, 영업이익 1조553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3.9%와 36.9% 줄었다.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향후 지출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증가하고 있는 미수금과도 맞물려 가스 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입금액을 가스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한 적자를 ‘미수금 자산’(기타 자산)으로 분류하고 추후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한다. 미수금은 2023년 말 기준 15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를 일반회계 기준에 따라 영업손실금액에 포함시키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2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된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라 (가스)요금 인상은 필요하다”며 “이 상황으로 그냥 간다면 7년 내지 8년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가스요금이 이미 지난해를 거치면서 상당 수준 올랐다는 점이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가스요금은 GJ 당 18.91원으로, 2022년 대비 23.6% 인상됐다. 한국가스공사는 동절기에 요금을 차등적용함에 따라 4분기 요금이 반영되면 인상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추이.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추이. 사진/한국가스공사

특히 미수금이 민간용에서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 가스요금 인상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 미수금 중 민수용(주택용, 일반용)은 2022년 8조5856억원에서 2023년 말 13조110억원으로 1년 새 51.5%가 늘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주택용 수요 가구 당 도시가스 사용량은 2003년 828㎥에서 2013년 612.4㎥, 2021년 554.9㎥까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전기 위주의 냉난방기기 보급 확대와 도시가스 난방을 대체하는 지역난방 세대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적자가 평균기온 상승으로 민수용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가스요금 인상으로 민수용 수요가 사용량 감소 추세가 오히려 가팔라져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자산 유동화를 통해 8000억원 조달과 해외사업 1조원의 수익,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인프라와 에너지 안보 강화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해외 청정수소 사업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2조6000억원, 해외사업 수익 개선으로 5조4000억원을 추가 확보해 5년간 재무구조 개선 성과 14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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