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익·매매차익 기대…미 장기채 ETF에도 매수세 몰려

ETF(상장지수펀드). 사진/pixabay
ETF(상장지수펀드). 사진/pixabay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1~2월 두 달간 채권을 7조9000억원 순매수하며 하반기 이후 채권가격 상승에 배팅하는 모습이다. 국내에 상장된 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1년 만에 순자산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 1월과 2월 두 달간 채권을 7조8799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조6621억원) 보다 28.1% 늘어난 규모다. 

국내 채권형펀드에도 유입액이 크게 늘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공모 펀드들 가운데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3조6765억원 가량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에 5947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7배 가량 많은 규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내놓음녀서 늦어도 2분기에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가 본격 시작되기 전 고금리 시기 발행된 채권에 자금을 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 지점까지 멀지 않았는데, 긴축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ETF도 인기다. 

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를 1373억원 순매수했고,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ETF는 728억원 가량 매수 우위를 보였다.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와 'KBSTAR 미국채30년커버드콜(합성)' ETF에는 각각 637억원, 117억원의 순매수세가 몰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지난해 3월 14일 상장 이후 1년 여만에 순자산액이 9079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현물형 미국 장기국채 ETF다. 월 배당 ETF 상품으로, 금리 인하 시 채권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매달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 비교지수는 'Bloomberg US Treasury 20+ Year Total Return Index'이며, 미국 발행 30년 국채 중 잔존만기가 20년 이상인 채권을 편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리 인하가 끝날 때까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장기채권 현물을 담아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한도로 투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 이자수익 기반으로 월 분배금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주식형 월 배당 ETF 대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의 순자산액은 3651억원이다. 

이 상품은 듀레이션(duration·가중평균만기)이 긴 초장기채 투자 ETF다. 원금과 이자가 붙어있는 채권을 분리하고, 만기가 긴 원금에만 투자해 채권의 평균 듀레이션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스트립이기도 하다. 기존 30년물 채권 투자 ETF의 경우 듀레이션이 17~18년 수준인 반면, 스트립 채권 30년물의 듀레이션은 27~29년 수준으로 50% 가량 더 길다.

김대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매니저는 "금리 하락기에는 듀레이션이 긴 채권에 투자할수록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출시된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ETF의 순자산액은 136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채 30년물 투자에 따른 자본차익과 엔화가치 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내 최초 ETF 상품으로, 미국 금리 인하와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손쉽고 빠르게 투자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으로 꼽힌다.

기초지수는 'KIS 미국채30년 엔화노출 지수'로 잔존만기 20년 이상인 미국채의 투자성과를 엔화로 산출한다. 엔원 환율에는 환오픈을 적용해 달러화 가치 변동과 상관없이 엔화로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이 ETF 상품은 미국 장기채와 엔화에 대한 투자를 한 번에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강달러 여파로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상품을 꾸준히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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