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낮은 영업이익률…친환경 신사업으로 수익성 제고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사진/현대코퍼레이션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사진/현대코퍼레이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워낙 낮은 수익성이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영향이 크다. 그간 중개무역에 집중했던 현대코퍼레이션은 친환경 사업을 필두로 사업을 확장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1만8360원이다. 최근 1년 기준 지난해 8월 2만695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다 10월부터는 1만7000~1만9000원 사이를 횡보 중이다.

주가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22년 6조1269억원 매출액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는 7.4% 오른 6조5804억원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매출 6조원 기업의 시가총액은 2400여 억원에 불과하며, PBR은 0.45에 그치고 있다.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저PBR 종목들이 주목 받았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은 이마저도 피해가는 모습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고, 이로 인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99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8% 올랐지만 영업이익률은 1.5% 그쳤다. 이는 중개무역이 주업종이라는 한계도 작용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 3.5%, LX인터내셔널 2.9% 등 동정업계보다도 낮다. 그나마 이 수치도 약 5조4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4년 영업이익률 0.75%보다는 높은 편이다.

영업이익이 낮다보니 당기순이익도 제한적이고, 배당금액도 2018년부터 주당 600원으로 고정된 상태다.

정몽혁 회장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듯 하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글로벌전략회의(GSC)에서 “올해 한 개 이상의 바이아웃 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하며 신사업 확대로 수익성 제고를 꾀하는 중이다.

현대코퍼레이션 자동차 부문은 2022년부터 철강, 석유화학과 함께 사업 삼각축을 형성 중이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 
현대코퍼레이션 자동차 부문은 2022년부터 철강, 석유화학과 함께 사업 삼각축을 형성 중이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 

그 성과는 그간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에 치중된 매출이 자동차향 매출 확대로 안정적인 삼각축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철강 부문 매출 비중은 30.4%, 석유화학은 27.9%, 자동차 부문은 31.5%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문 비중은 2021년 14.6%에서 2022년 18.5%에서 성장하며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정 회장은 현대코퍼레이션의 투자 방향에 대해 "H2, H3에서“ 나올 것이라 밝혔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 중 H1은 중개무역, H2는 중개무역과 연관된 신사업, H3는 기존 사업과 구분된 신사업을 의미한다.

올해 초 네오켄바이오와의 협업이 H2의 대표적 사례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2월네오켄바이오와의 전략적 협언을 통해 미국, 인도, 태국을 포함한 글로벌 의료용 헴프 시장 진출한다. 네오켄바이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료 확보와 가공, 생산법인 설립 등 생산과정 전반을 담당하고,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법인 설립과 해외 바이어 확보 등 해외 판로를 개척한다. 의료용 헴프의 주성분인 CBD(칸나비디올)는 소아 뇌전증,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질환 치료 효과를 보여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CI. 사진/현대코퍼레이션
현대코퍼레이션 CI. 사진/현대코퍼레이션

H3 사례로는 올해 1월에 알려진 독일 태양광 재활용 회사 '플랙스레스(FLAXRES)'에 지분 투자가 있다. 플랙스레스는 짧은 시간에 고온의 열을 가해 분해하는 방안을 개발해 특허를 낸 업체로, 기존 기계적 파쇄나 열분해 방식과 비교해 친환경적이고 비용 절감에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코퍼레이션은 2월 싱가포르 재활용 회사 ESGL(Environmental Solutions Group) 그룹과 만나 친환경 사업 확대를 꾀했다. ESGL은 폐목재와 폐플라스틱, 폐슬러지를 포함한 특수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76만4000㎏의 폐목재를 활용해 열에너지를 생성하고, 8만㎏의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열분해유를 만들었다. 올해 ESGL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중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올해 신사업을 위해 얼마나 자금을 사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3550억원, 이익잉여금은 6421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약 300%에 달하고 금융비용이 2022년 대비 2023년 3분기 말 기준 230억원 가량 오른 621억원을 기록해 대규모 빅딜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대코퍼레이션은 9.2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가가 낮아 활용도도 떨어진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현대코퍼레이션의 동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달 5일 발행한 600억원 규모 현대코퍼레이션 회사채 2년물과 3년물 수요예측에는 630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다만 현대코퍼레이션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신사업 투자가 아닌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은 경기 불확실성은 있으나 무역금융 한도 상승과 승용부품의 견조한 수요 바탕으로 여전히 높은 이익 레벨을 유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가 리레이팅을 위해서는 2021년부터 강조해왔던 신사업 M&A 현실화를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 확장 또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주주환원정책 발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또 현대자동차증권은 "현대코퍼레이션은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도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올해 신사업에 대한 투자의 하나로 최소 1건 이상의 바이아웃 딜 성사를 선언해 영업분야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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