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방경만 선임에 반대, 의결권 위임해달라"
통합집중투표 도입 변수…주총 국민연금 표심 주목

KT&G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된 방경만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된 방경만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주주들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KT&G의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은 KT&G 이사회가 추천한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수석 부사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임민규 이사회 의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는 28일 예정된 KT&G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막판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기업은행은 12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KT&G의 최대주주(지분 의결권 기준 약 8%)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며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반대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손 이사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이고, 나머지 두 후보는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다. 지난해 8월 기준 KT&G 지분 6.93%를 보유한 최대주주 기업은행이 이달 말에 열리는 KT&G 주총에서 방 부사장의 대표 선임 등을 막기 위해 주주들에게 표를 위임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통합집중투표'가 도입됐다.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2인이 이사로 선임된다.

기업은행은 방 사장 후보가 수석부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KT&G의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선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 현 백복인 사장의 연임 결정 당시에도 반대 표를 던진 바 있다.

이에 대해 KT&G는 "방 수석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후 2021년 영업이익이 1조3384억원에서 2023년 1조1679억원으로 12.7% 감소했는데, 이는 수원 분양사업 종료 등 부동산 부문의 일회성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회사 영업이익은 수원 분양사업 종료에 따른 일회성 영향을 제외하면 3.3% 증가했고, 특히 3대 핵심사업 영업이익은 20% 가량 늘었다"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 하락한 반면 회사 주가는 13% 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KT&G 안팎에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을 넘어 주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까지 하는 것은 "사기업에 대한 지나친 관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은행이 KT&G 차기 대표 선임에 반기를 든 상황에서 KT&G 지분 6.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2022년 말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제동을 걸었고, 최근에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KT&G 사장 선임을 놓고는 지난달 22일 사장 후보가 확정된 이후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통상 주총 수일을 앞두고 수탁자전문책임위원회를 통해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정되는데, 국민연금의 판단이 소액주주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T&G의 국내 소액주주는 약 20% 안팎으로 추산된다.

◆ "방 사장 후보, 중장기 전략 추진에 적합…주주환원 강화 전망"

KT&G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된 방 수석부사장은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방 사장 후보의 성과로는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수성 ▲사상 최초 해외 매출 1조원 돌파 ▲ 적극적인 新주주환원정책 추진 등이 꼽힌다.

그가 브랜드실장 재임시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국내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글로벌본부장 재임시에는 해외시장별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진출 국가 수를 40여개 국가에서 100여개 국가로 확대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 창출을 주도했다.

아울러 방 사장 후보가 회사의 성장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한 3대 핵심사업(NGP, 건강기능식품, 글로벌CC) 중심의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과 新주주환원정책 추진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방 사장 후보를 KT&G의 새 수장 후보로 확정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 한계를 뛰어넘어 KT&G가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역량을 발휘할 최적의 후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발간한 KT&G 리서치 보고서에서 방 사장 후보의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내이사 경력 등을 언급하며 "(방 후보가)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주주 환원 정책에 반영하는 등 기업설명회(IR)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만큼 그의 사장 후보 선정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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