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미드·탄소섬유 증설 효과 반영 기대…설비투자 비용·부채 관리 필요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독립경영체제 포문을 열었다. 효성 분할로 새롭게 재편된 지배구조 체제에서 당장의 과제는 몸집 키우기가 되겠지만 현재 여건은 녹록치 않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무난히 안건이 통과되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3일 효성은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고 기존 존속회사인 효성 0.82대 효성신설지주 0.18 비율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는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광주일보, 효성홀딩스 미국법인, 효성로지스틱스 베트남 법인이 효성신설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친 뒤 7월 1일자로 공식출범시킬 예정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기준 자산 3조344억원으로 신설되는 지배구조의 핵심기업이다. 특히 효성신설지주가 분할 후 자산 5039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음에 따라 그룹을 당장 지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 중공업과 건설(효성중공업), 화학(효성화학) 부문과 거리를 두면서 본격적인 신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장 기대되는 분야는 아라미드와 탄소섬유 등 신소재 사업이다. 아라미드는 2022년 기존 1200톤에서 3700톤, 탄소섬유는 2023년 6500톤에서 9000톤까지 증설한 효과가 올해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한다. 탄소섬유는 추가 증설도 계획중이다.

아라미드 시장은 5세대(5G) 광케이블과 전기차 타이어 등에 사용되며 이제 막 성장하는 추세라 기대되는 분야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아라미드 수출액은 2억626만 달러(약 2717억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이어 2023년에도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40억 달러(약 5조2692억원)에서 2035년 90억 달러(약 11조8557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섬유 시장도 마찬가지다. 2022년부터 23억 달러(약 3조297억원)에서 2035년 68억 달러(약 8조9576억원)로 매년 평균 8.5% 성장률로 세 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소차 연료탱크와 함께 풍력에너지, 항공우주, 3D프린팅 등 미래 산업들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섬유는 효성그룹의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효성첨단소재가 주력 신사업 분야로 꼽은 아라미드는 강한 인장력과 가벼운 무게로 광케이블, 로프의 인장력을 보강하는 강화재나 방탄복, 방탄헬멧, 방탄차량, 보호장갑 등의 핵심소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효성첨단소재
효성첨단소재가 주력 신사업 분야로 꼽은 아라미드는 강한 인장력과 가벼운 무게로 광케이블, 로프의 인장력을 보강하는 강화재나 방탄복, 방탄헬멧, 방탄차량, 보호장갑 등의 핵심소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효성첨단소재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입 전망에 대해 "섬유산업은 고물가 지속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글로벌 소싱수요 확대는 수출감소 요인이지만, 유망소재인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국산 고부가가치 섬유소재 수요는 지속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사업을 마련하면서 효율적인 비용지출이 필요하다. 지난해 효성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304%로 전년 267%보다 오르며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이중 매입채무와 같은 사업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용보다 차입금 비중이 높다. 총부채 2조2843억원 중 장단기 차입금이 1조7391억원, 76%를 차지한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이자비용도 772억원으로 전년 458억원 대비 314억원(68.5%)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효성첨단소재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추면서 "타이어보강재를 포함한 주력부문의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됐고, 신규 투자와 배당 확대로 재무부담 완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타이어보강재 사업 영업이익률은 3분기 말 기준 2022년 11.5%에서 2023년 6.8%로 하락했다.

한신평은 “2024년에도 글로벌 경기둔화 전망으로 전방 타이어업체의 수요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1년의 높은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고 말했다.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와 함께 효성인포메이션을 중심으로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 사업 등 디지털 솔루션 사업 키운다 말했지만, 효성인포메이션의 규모가 작아 당장 큰 기여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효성첨단소재의 빠른 신사업 성장이 더욱 절실하다. 효성인포메이션은 2022년 기준 자산 1760억원, 매출 2085억원, 영업이익 158억원을 기록했다.

한신평은 "생산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향후 신소재 사업의 이익기여도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2024년에도 탄소섬유 생산시설 투자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재무부담 경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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