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에도 사내이사 재선임…인적분할 낙관
효성중공업·티앤씨 호조 속 효성화학 재무 개선 시급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효성그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이 효성과 효성첨단소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무난히 통과시키며 형제 ‘독립’경영 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동생에게 계열사를 떼어내 준 조현준 회장은 효성첨단소재 빈자리를 기존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 안정화로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5일 효성은 이날 정기 주총에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이 조현준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56.10%에 이르는 특수관계인 지분율로 인해 큰 걸림돌 없이 의결됐다.

이날 표심 결과는 오는 6월로 예정된 효성 인적분할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반영될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효성 인적분할을 통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계열분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23일 효성을 존속회사인 효성 0.82대 신설회사인 효성신설지주(가칭) 0.18 비율의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효성신설지주 분할로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광주일보, 효성홀딩스 미국법인, 효성로지스틱스 베트남 법인 등 6개 계열사는 효성신설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최근 3년 효성의 지주사업 매출액은 2021년 1조1462억원에서 지난해 5872억원까지 크게 떨어졌다. 지주사업은 지주사가 CI로열티수익, 연구 용역 등 계열사로부터 수익이 나오는 사업이다. 조현준 회장으로서는 계열분리 전 효성첨단소재 빈자리를 메울 동력이 필요하다.

변압기 시장 수요 증가에 호실적 기록한 효성중공업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계열분리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조300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2.5%와 80.0%가 증가했다. 변압기, 차단기, 전동기 등 중공업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이 5882억원(29.5%)가 늘었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사업 부문은 지난해 수출 매출만 5000억원 가량 올랐고 이는 미국 시장 수요 확대에 기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중공업의 공장 가동률은 2021년 72.3%에서 지난해 95%까지 올랐다.

올해도 바이든 정부가 인프라구축(IIJA) 법안에 따라 오래된 변압기 교체에 정부 지원을 제공하면서 40년 이상된 제품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또 최근 전력소모 큰 AI 시장 성장하면서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15.2% 떨어진 효성티앤씨는 영업이익이 오히려 72% 가량 오르며 견딜만하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원재료들이 지난해 들어 가격 하락세를 보인 점이 수익 개선 요인이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PTMG 가격은 2022년 최고 톤당 6600달러에서 2023년 2800달러, MDI는 같은 기간 3100달러에서 2300달러, 카프로락탐은 2320달러에서 1770달러로, BDO는 3900달러에서 1800달러로 낮아졌다. 또 TPA와 MEG도 최고가 기준 전년 대비 100달러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중국업체들의 증설 일단락에 따른 공급물량 감소, 주요 원재료인 BDO의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약세, 신축성 의류소비 확대와 혼용률 증가 등 타 섬유제품 대비 견조한 수요성장세를 감안하면 향후 점진적인 스프레드 개선이 예상된다”며 “특히 스판덱스 글로벌 점유율 1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향후 업황 개선에 따른 수익성 회복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1년 영업이익 ‘1조 클럽’과 같은 호실적은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효성화학은 조현준 회장이 시급히 추스러야 하는 계열사다. 효성화학은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시장 수요 부진과 함께, 중국이 폴리프로필렌 수요처에서 공급처로 전환한 게 원인이다. 이에 따라 1조6000억원을 투자한 베트남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며 적자폭 확대로 이어졌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4934%, 이익결손금 620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재무상황 악화에 대응해 지난해 대전 나일론필름 공장도 정리하기도 했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효성화학이 제조하는 삼불화질소(NF3)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세척용 가스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산 2000톤 규모를 증설하며 세계 2위 규모인 1만2000톤 생산체제를 갖췄다.

NF3 생산량 늘면 F2N2 수익도 동반 상승하는 점도 효성화학에게는 호재다. F2N2는 반도체용 챔버 세정용으로, NF3의 부산물로 확보할 수 있기에 원가가 들지 않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매우 높다.

이와 함께 최근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 공장도 정상 가동된 효과가 올해 온전히 나타날 전망이다.

한신평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프로필렌 계열 제품의 수급 여건이 여전히 비우호적인 점은 수익성 회복에 있어 제약 요인"이라며 "신종자본증권(1000억원) 발행과 유상증자(500억원)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추가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효성화학(A-)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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