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인수 9년 만에 韓 CEO로 바꾸고 매각 구체화
작년 최대 실적 올리며 '우량매물'로…M&A 큰 장 열려

외국계 보험사인 동양생명이 역대 최대 실적과 CEO 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계 보험사인 동양생명이 역대 최대 실적과 CEO 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 M&A(인수·합병) 시장이 연일 활기를 띠고 있다. 생명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 등 다양한 매물들이 시장에 등장하며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금융회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보험사인 동양생명이 역대 최대 실적과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보험사 매물들이 부실한 재정 건전성이나 높은 몸값으로 매각 작업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양생명은 우량한 재무 구조와 한국 CEO를 선임하면서 단숨에 보험사 M&A 시장에서 최대 우량 매물로 떠올랐다. 현재 동양생명은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큰 금융지주사들이 관심 있게 바라보는 중인 회사로 알려졌다.

◆ 생명보험업계 불황 속 최대 실적 쓴 동양생명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한 동양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4.8% 증가한 295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건강·종신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며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 대비 79.4% 증가한 6301억원으로 집계됐다.

IFRS17 아래서 보험사의 '이익 체력'이라고 불리는 보험계약마진(CSM)도 34.6% 불어나 7602억원을 기록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3.83%로 같은 기간 1.17%포인트 높아졌고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39.8%포인트 오른 192.9%로 집계됐다.

킥스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비중을 나타낸 지표로 금융당국은 이 비율의 기준을 150%로 잡고 있으며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은 100%다. 킥스가 높을수록 해당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동양생명의 호실적은 국내 생명보험 업황이 전체적으로 불황의 터널로 접어든 가운데 기록한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 월평균 금액은 19조6473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기준이 바뀐 2020년 이후 월평균 신계약 금액 20조원선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수로도 신계약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0년 약 125만건이었던 신계약 건수는 2021년(118만), 2022년(109만), 2023년(105만)까지 우하향을 그리는 중이고 3년 만에 약 16% 감소한 상황이다. 또한 가입은 적어지는데 기존 고객이었던 가입자들의 이탈은 해가 지날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10월 국내 생보사들이 지급한 해약 환급금과 효력상실 환급금은 38조4357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양생명은 저출생·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고객들의 보험 니즈와 수요 변화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탈(기초체력)을 튼튼히 만들었고 그 결과 보험사 M&A 시장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매물로 떠올랐다. 현재 동양생명의 몸값은 1조2000억에서 1조6000억원까지 평가받고 있다.

◆ 6년 만에 한국인 CEO 선임…매각 작업 본격화 신호탄?

2015년 중국 안방보험(현 다자보험)에 매각된 동양생명은 동양생명은 이후 6년여간 중국인 CEO가 경영을 도맡아왔다. 2018년 3월부터 뤄젠룽 사장이, 2022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저우궈단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6년간 중국인이 CEO를 지냈다.

문제는 중국인 CEO들과 노조 간의 불협화음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점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동양생명 노조는 배임 의혹에 휩싸인 경영진의 서울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취득을 비판하며 저우궈단 전 동양생명 대표이사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동양생명은 서울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직전 운영가 낙찰액인 3억7000만원(1년 기준)보다 2.4배 높은 26억6000만원(1년 기준 약 8억9000만원)에 취득하고 시설비·인건비 명목으로 10억6000만원을 추가로 더 지급했다. 일부 임원은 별도 이용 절차나 비용 없이 이를 이용한 사실도 금융당국의 조사를 통해 적발됐다.

매각을 앞두고 'CEO 리스크'에 홍역을 치르게 된 동양생명은 결국 한국인 CEO를 사령탑에 앉히며 쇄신에 나섰다. 지난 4일 동양생명 본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동양생명의 새로운 수장으로 오른 이문구 대표는 1992년에 동양생명에 입사해 GA사업단장과 영업본부장, 최고마케팅책임자 등을 역임한 '정통 동양생명맨'이다.

이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원들과 CEO 간 직접 소통이 사라진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영업 현장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4차례에 걸쳐 상반기 중 현장과 본점에서 근무하는 사무직군 전 직원을 직접 만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의 직원 친화적 행보는 중국인 CEO들과 마찰을 빚으며 외국계 회사의 한계로 지적되던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미진한 소통 문제를 일신하고 매각에 장애물로 작용하던 CEO 리스크 회사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세일즈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자사주 매입·지점 줄이기…기업가치 높이기 위한 포석

저우궈단 전 동양생명 대표는 지난해 10월 동양생명 주식 2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저우궈단 전 대표가 회사 주식을 매입한 건 2022년 2월 취임 후 처음이다. 보통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매각 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저우궈단 전 대표의 자사주 매각을 기점으로 지난해 10월 4일 종가 기준 4775원이었던 동양생명 주가는 현재 27% 상승한 6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한 동양생명은 국내 지점 수를 크게 줄였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1분기 전속설계사(FC) 지점은 69개였으나 2분기에는 48개까지 줄었다. 1분기 만에 영업소 21곳을 통폐합한 셈인데 이런 '몸집 줄이기'도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매각 작업에 속도를 더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동양생명을 인수할 가능성으로 거론되는 곳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KDB생명 인수가 (하나금융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를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보다는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약 금융지주에서 인수하지 않는다면 동양생명을 인수할 만 한 곳은 사모펀드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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