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할 것"

서울 은평구 한 빌라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은평구 한 빌라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노후 저층 주거지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을 할 때 주차장, 관리사무소, 운동시설 등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뉴빌리지' 사업을 추진한다. 비(非)아파트를 사들여 시세의 90% 수준 보증금으로 전세를 놓는 '든든전세주택'도 준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마을 꾸미기 위주에서 노후 주거지 개선으로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뉴빌리지 사업을 도입하겠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뉴빌리지는 노후 빌라촌의 소규모 정비사업, 개별 주택 재건축과 주민 편의시설 설치 지원을 연계한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에서 단독 10세대·다가구 20세대 미만 주민들이 모여 소규모 정비사업(자율주택정비사업)을 하면 정부가 150억원 내외의 기반시설·편의시설 설치비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편의시설은 국비로 짓고, 주택은 주택도시기금을 빌려 지을 수 있다. 기금에서 융자해주는 비율도 총사업비의 50%에서 70%로 확대한다.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120%까지 높여준다.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보다 범위가 더 넓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소규모 정비사업과 개별 주택 재건축에 나선다면 편의시설 설치비용을 역시 150억원 내외로 지원한단 방침이다.

기금 융자 한도는 다세대 호당 5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늘리고,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120%까지 높인다. 노후 빌라 밀집 지역을 무조건 아파트로 재개발할 게 아니라 새로운 다세대·연립 주택이 들어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뉴빌리지' 사업에 별도의 재원을 편성하지는 않으며, 연간 1조원가량의 기존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재구조화해 저층 주거지 편의시설 설치에 쓴다. 10년간 10조원을 투입한다.

소규모 정비사업과 기존 도시재생사업 지원 전문기구를 통해 사업 컨설팅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중 '정비연계형'과 '도시재생형'으로 나눈 사업유형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하반기 중 시범사업 지역을 공모키로 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주택도시기금 융자 기간은 5년에서 7년으로 넓힌다.

정부는 구도심 상권의 만성적 주차난이 해소될 수 있도록 주차장 설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도시재생사업 공모 때 사용자 안정성과 편리성이 확보된 오토발렛(Auto-Valet) 같은 기계식 주차장 설치계획을 포함시킨다면 가점을 준단 것이다.

전기차, 대형 승용차도 기계식 주차가 가능하도록 입고 가능 차량 제원 기준을 바꾼다. 주차 전용 건축물에 다른 용도를 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복합비율은 30%에서 40%로 완화한다. 또 재래시장, 노후 주거지 등에 주차장을 만들 때는 기금 융자지원 금리를 인하하고, 융자 한도를 현재 50억원에서 확대한다.

노후 상가 리모델링을 위한 기금 융자(싸앗융자)도 확대한다. 씨앗융자 지원 대상에 상가복합주택(주택 비율 40% 이내)을 포함시키고, 야구연습장 등을 불허해온 업종 제한 기준은 완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빌라 등 비(非)아파트를 사들여 시세의 90% 수준 보증금으로 전세를 놓는 '든든전세주택' 도입 계획도 공개했다. 앞으로 2년 동안 비아파트 10만가구(전세 2만5000가구·월세 7만5000가구)를 매입해 중산층과 서민에게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LH는 60∼85㎡ 규모의 신축 다세대·연립·도시형생활주택 등을 매입한 뒤 무주택 가구에 주변 전셋값의 90% 수준에 전세 공급을 한다. 소득, 자산과 관계 없이 무주택자라면 든든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지만, 출산가구 지원을 위해 신생아 출산가구와 다자녀 가구에 가점을 부여한다. 이들 가구에 우선 공급 후 잔여분을 추첨제로 공급한다. 거주 기간은 최대 8년이다.

HUG는 기존에 지어진 비아파트를 역시 시세의 90% 가격으로 전세 공급한다. 전세 보증보험을 운영하는 HUG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한다. HUG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주택을 전세 임대하게 된다. HUG의 든든전세주택도 소득, 자산 기준을 두지 않으며, 무주택자에게 추첨으로 공급한단 방침이다.

LH는 또 신축 주택을 사들인 뒤 무주택 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월세를 내주는 '신축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8000가구에서 올해 3만5000가구, 내년 4만가구로 늘린다.

전월세 수요를 조기에 흡수하기 위해 올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물량은 지난해보다 1만가구 늘린 8만9000가구로 정했다.

이밖에 청년 월세지원 사업의 보증금·월세 금액 요건은 폐지하고, 지원 기간은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 청년 월세지원은 부모와 떨어져 별도로 거주하는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70만원 이하인 주택에 거주해야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거주 요건을 아예 없애는 것이다. 청년가구 중위소득 60%(1인 가구 기준 월 134만원) 이하로 둔 소득 요건은 그대로 둔다.

또 신생아 특별공급, 우선공급에 당첨됐다면 입주 시점에 자녀 연령이 2세를 넘더라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신생아 특공을 받은 사람이 자녀 연령이 지나 특례대출을 받지 못하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다.

주택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60㎡ 이하 소형주택 기준은 완화한다. 현재 무주택으로 간주되는 소형주택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수도권 1억6000만원인데, 이를 3억원으로 높이고 지방 1억원 기준은 2억원으로 올리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전면 폐지하겠다"며 "법을 개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법 개정 전이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고, 공시 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소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하며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1월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여 최장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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