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준비…현기차 미국 공장 가동 수혜

지난 2022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장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2022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장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이 주춤해진 전기차 시장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세계 2위 규모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낮았던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보이면 둔화된 전기차 시장 성장률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월 친환경차 수출은 5만3369대로, 전년 대비 13.8% 감소했다. 친환경차 수출은 2020년 12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중 전기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약 6000여대가 줄어든 2만4318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인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조만간 자동차와 경량 트럭에 대한 강호된 배출가스 규제를 발표한다. 지난해 4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32년 소형 차량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2026년 56%, 미립자물질(그을음)은 92% 감축을 권고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중형 차량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마일당 275g으로, 2026년 기준 44% 줄이도록 했다.

이런 규제를 통해 EPA는 2032년 신차 판매량의 67%를 전기차로 규제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고, 뉴욕타임즈는 "제시된 규제안은 상당히 급진적으로 목표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온 규제 내용도 급진적인데 이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건,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확장 속도가 느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미국 자동차 총판매량 1550만 대로 중국 3009만 대에 이어 2위며, 유럽 1040만 대보다 약 49% 더 큰 시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기차만 놓고 보면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20만 대로, 유럽 150만 대 보다 낮다. 전체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미국이 5.8%, 유럽이 14.6%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BNEF는 올해 미국에서 190만 대, 유럽에서 360만 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수치는 미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전기·수소차 비율을 2026년 35%, 2035년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펜실베이니아·콜로라도·네바다 등 15개 주도 캘리포니아 배출가스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주요 국가 전기차 침투율. 사진/유안타증권
주요 국가 전기차 침투율. 사진/유안타증권

반대로 세계 2위 규모 시장에서 전기차 확산 속도가 가속화되면 둔화세가 예상된 전기차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유럽과 같은 수준의 전기차 침투율을 달성한다고 가정할 시, 내년도 전기차 판매량은 235만 대까지 늘어난다.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우리나라와 함께 매년 10%를 넘지 못했고, 아직도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배출 규제가 전기차 시장 성장 가속화로 이어질 경우 현지에서 생산을 준비중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10월부터 가동되는 조지아 공장에서 전기차 SUV인 아이오닉 7 등 6개 차종을 생산해 내년부터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기아도 올해 2분기부터 EV9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9만434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7.8%를 기록했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조기 20만 대 달성도 꿈꿔볼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변경하면서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다양한 수요에 대처 가능한 기술과 생산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수요 변동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전동화 투자로 인해 향후 2년간 자금소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나, 이익창출력과 유동성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은 제한적이며, 경쟁업체 대비 생산능력과 기술 격차를 확보하게 되면서 장기적인 사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40%를 차지하는 리스 차량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체 판매량 변화는 주시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간한 '리스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예외' 보고서에서 보조금 혜택 대상에 리스 전기차를 포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침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현대차를 직접 지목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도록 했지만, 리스를 포함한 상업용 전기차는 제한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예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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