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당분간 주도…현대차·기아도 하이브리드 확대

전기차 충전기. 사진/pixabay
전기차 충전기. 사진/pixabay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나란히 속도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란 전체적인 방향은 수정되지 않고, 이에 따른 수혜는 내연기관 차량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 미국 전기차 연비에 불이익…"내연기관 여유 생겼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19일 전기차 연비 환산 규제 도입 시점을 기존 2026년에서 2030년으로 늦췄다.

DOE는 지난해 4월 전기차 석유환산연비 계산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2027년부터 전기차 환산연비를 산출할 때 사용되는 석유등가계수를 기존 대비 72% 삭감한다는 내용이었다.

석유등가계수는 전기차 전비(電費)를 내연기관 연비로 전환할 때 쓰는 수치로, 현재 1갤런(약 3.78리터)당 82㎾h를 적용하고 있다. 82㎾h의 전기로 1갤런의 석유와 같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해는 이 수치를 2027년 1갤런당 23.2㎾h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수치가 낮아지면 그만큼 전기차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아진다.

미국은 2012년부터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통해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하는 차량 전체의 평균 연비가 기준치를 넘으면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량의 낮은 연비를 전기차 판매로 만회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에서는 2027년 기준 석유등가계수가 기존 23.2㎾h에서 29㎾h로 상향하며 전기차 연비를 상대적으로 낮게 조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경단체와 내연기관 차량 모두가 이를 반기고 있지만, 맥락은 같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완성차 업체들이 그간 과도하게 높게 잡힌 전기차 연비를 통해 내연기관 차량까지 쉽게 판매해 왔다며 “무임승차는 끝났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자동차혁신연합(AAI)는 “초안이 오히려 순전기차 생산 의욕을 약화시켰을 것”이라 말했으며,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큰 승리를 안겨 주었다”고 말했다.

DOE가 전기차 확대 속도를 조절하는 내용을 보임에 따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한 탄소배출 규제도 주목된다. EPA도 지난해 4월 소형차량과 중형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한 규제를 발표했고, 업계는 지난해보다 더 강화된 내용이 나올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 예상보다 약한 'Euro 7'…내연기관 판매금지 2040년 거론 중

미국과 함께 유럽도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달 14일 유럽의회는 환경규제인 EuroX의 가장 최근 버전인 ‘Euro 7’를 통과시켰다. EuroX는 글로벌 환경 규제의 표본처럼 여겨져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Euro7 도입시기를 2025년에서 2028년으로 3년 늦췄다는 점이다. 또한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가솔린 차량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한 내용이 삭제되고 현행을 유지하도록 했다.

앞서 체코를 비롯한 8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Euro7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며 시행 시기 연장 등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연기관차 단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규제 강화보다는 EV 보급 확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업계의 논리가 반영된 결과다"며 "환경 규제를 완화하며 내연기관차 판매 연장 효과도 동시에 얻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Euro7은 내연기관차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대한 포괄 규제를 도입하고,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 규제를 적용하는 등 내연기관 차량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5년 사용 또는 10만km 이상 주행 시 잔여 성능 최소 80%, 8년 사용 또는 16만km 이상 주행 시 72% 이상 유지하도록 하며 전기차에 대한 압박을 더 가하는 모습이다. 벤(van) 모델은 각각 75%와 67%로 설정했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외장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외장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 '전기차 전환' 방향은 일관…하이브리드 최대 50% 차지한다

이런 정책 전개에 따라 전기차 보급 목표치도 조절에 들어간다. 지난해 EPA는 전체 판매 차량 중 전기차 비중 목표치를 2030년 60%로 세웠지만, 이는 50%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

DOE가 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전기차 장려 정책을 유지할 시 2027년 26%에서 2032년 56%다. 가장 완화된 정책을 사용하면 이 수치는 35%에 그친다.

이 애널리스트는 유럽 또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내연기관차 금지 시점도 2035년에서 2040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아니다. DOE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기차 장려 정책에 따라 HEV와 PHEV를 더한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최소 16%에서 최대 49%까지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토요타에게 역대 최대 판매량 기록을 안겨 준 하이브리드 차량 인기가 2030년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은 현재 60%대에서 29%에서 19%까지 떨어진다.

완성차 업계들도 전기차를 미래 신차로 점찍고 있지만, 과도기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차지하는 역할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출시한 싼타페 HEV 판매를 확대하고, 지난달 스타리아 HEV 모델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아는 쏘렌토 HEV 판매 확대에 더해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하이브리드 모델도 내놓을 것으로 여겨진다. KG 모빌리티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바로 전기차로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수정하고, 2025년에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벤츠도 2025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2030년으로 미루면서 대신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메우겠다고 밝혔으며, 폭스바겐그룹은 2029년까지 60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전기차 ‘올인’을 외치던 GM도 최근 메리바라 CEO가 PHEV 옵션을 다시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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