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이 향후 일주일 사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은행별 배상 정도에 대해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은 이달 25일부터 29일 사이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H지수 ELS 손실 자율 배상안을 확정한다.

이들은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이 추정한 배상 규모 등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한다. 추정 배상액은 정부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를 것으로 전해진다.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달 13일부터 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인 2021년 1∼7월 사이 판매한 H지수 ELS 계좌 8만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해당 작업이 마무리되면 자율 배상을 논의한 뒤 의결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H지수 ELS 사후 관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으며, 현재 17명으로 구성된 이 TF가 자율 배상 관련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6일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진행한 후 27∼29일 사이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을 논의하고,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 작년 9월과 8월 ELS TF를 꾸려 이번 사태에 대응해왔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은행들 가운데 처음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을 결의했으며, 25일부터 투자자들과 논의를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손실액과 배상액을 매분기마다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어렵기에 3월 안에 이사회 자율 배상 여부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은행이 추정하는 배상 규모도 구체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7월 판매액이 5조2000억원 정도로 파악됐으며,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했다. 일단 약 1조원을 충당금(비용) 형태로 쌓아둔 뒤, 실제 배상액 규모가 정해지면 다시 이사회 결의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1~7월 H지수가 최고점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5000대에 불과해 1∼7월 만기가 돌아오는 계좌의 상당수가 '녹인(knock-in)' 조건에 따라 손실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21년 7월 말 이미 H지수가 8,800대까지 밀리기 시작한 만큼, 올해 7월 말 이후 만기를 맞는 계좌 중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하락'과 같은 녹인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은행들은 KB와 달리 '녹인(knock-in)'형 ELS를 많이 팔지 않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의 65% 이상' 등의 비(非) 녹인형 상품의 수익 조건을 고려해도 8월 이후부터 손실이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손실이 어느정도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을 중심으로 계산하면 6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은행의 올해 1∼7월 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는 모두 10조483억원이며, 절반의 손실액(5조242억원) 중 평균 40%를 배상하면 2조97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면 다음 달부터 자율 배상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손실이 확정된 고객이 있어 자율 배상 결의 후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다음 달 초 일부 배상 확정 사례가 나올 수 있다.

6개 은행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상품 중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3조139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으며, 이중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1조4942억원뿐이다. 평균 손실률은 5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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