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OCI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과 OCI 본사. 사진/한미약품

OCI그룹과 이종산업 간 합병 소식을 발표하며 제약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한미그룹이 오는 27일 한미약품에 이어 28일에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총에서는 합병에 찬성하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사장(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과 합병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간 표 대결이 일찌감치 예고된 바다.

양측은 그간 수차례 입장문을 내며 합병에 관련된 입장을 밝혀 왔다. 한미그룹은 가장 최근에 발표한 그룹 차원의 입장문을 통해 "한미그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OCI그룹과의 통합은 결코 대주주 몇몇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미그룹은 "매년 약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비롯해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신약이 여러 문제로 개발이 중단돼 국내 신약으로만 한정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미의 한계·후보물질의 효능과는 거리가 먼 파트너사의 경영 조건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후보물질이 반환됐던 경험" 등을 그간의 한계로 꼽았다.

이런 한계를 해소해야 '글로벌 한미'라는 비전에 도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R&D와 사업운용 등의 안정적 자금 확보를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는 게 한미그룹 측의 입장이다.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부분도 부정하지 않았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24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임성기 회장 타계 후 한미사이언스 주가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가족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버행' 이슈였다"고 지적하며 "현실적인 상속세 문제를 타개하고 한미그룹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식으로 OCI와의 통합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했다.

임성기 회장 사후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임주현·임종훈 사장 등 일가족이 물려받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2307만6985주로 지분율은 34.29%다. 당시 송 회장 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5407억원에 달했다.

오너 일가가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거나 주식을 담보 삼아 대출을 받게 되면 그만큼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미그룹 측은 이런 주가 불안정 이슈에 대한 해결책으로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앞서 통합이 결정된 직후부터 관련된 내용의 가족 간 사전 의논이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선 데 이어 합병의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서도 송 회장 등과 이견을 보였다. 특히 이종산업 간 결합의 시너지와 경영권 프리미엄 부분을 두고 양측의 의견차가 컸다. 

현재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수원지법에 합병과 관련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심문은 지난 2월 21일과 3월 6일 등 양측 관계인이 참석한 상태에서 열렸다. 

임 사장 측은 "신주발행 건이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과 임종윤 사장을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신주발행은 재무 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필요한 경우 제삼자에게 배정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건은 사적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법원에서 밝혔다. 

반면 한미그룹은 이번 신주발행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2024년에 만기 도래하는 1500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 일부를 변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R&D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 다각화와 해외사업망 구축 등 경영상 과제 해결에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28일 주총 전까지 가처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을 인용할 경우 합병에 일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합병 논의가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간 합병과 한미그룹의 운영 방향성에 대해 모녀·형제 간 이견이 드러나면서 업계의 관심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 12.15% 보유)과 국민연금(7.66%) 등의 행보에 쏠렸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은 21.86%로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 지분 20.47%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과 관계인 등을 포함하면 송 회장 측의 지분율이 조금 더 우세했다. 

그러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신 회장이 지난 주말 공식적으로 임종윤·임종훈 사장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 회장은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한다"며 "일부 대주주들이 다른 주요 주주들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사안을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한미그룹 산하의 공익재단(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한미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임종윤 사장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고 한미의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주현 사장은 신 회장의 입장 발표 다음날인 24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통합의 대전제는 송영숙 회장과 본인의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양도하는 대신 한미그룹 경영을 기존 경영진이 계속 맡는 것"이라며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OCI와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며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에도 동일한 3년간의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달라고 제안했다.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와 관련된 시장 지적에 대해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실질적·구체적인 대안과 자금의 출처를 밝혀달라"며 "특히 임종윤 사장의 경우 상속세 연대채무를 방패 삼아 다른 형제들에게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간 무담보로 임종윤 사장에게 대여했던 266억원의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한 5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과 '시가총액 200조원' 등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의약품 수익률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450개의 화학의약품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100개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그룹은 이에 대해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공정부터 큰 차이가 있고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 방식의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 기지"라며 "도전적이지만 실체가 없고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한미그룹 관계자는 "시총 200조 티어 기업 달성 같은 포부를 밝히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전략과 함께 주주들에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현 사장은 이와 관련해 "1조원 투자 유치’에 대해 최소한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그 방안이 현실적이고 믿을 수 있다면 자신부터 임종윤 사장을 지지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 없이 주주들을 현혹한다면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배후 세력에 대한 반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임종윤 사장의 개인 부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금융권 등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의 주식담보대출 등 개인 부채는 17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 비중도 99%를 웃도는 수준이다.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 사장의 현재 채무 상황을 주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내이사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본인의 채무 사정을 밝히고 주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28일 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의 이사 선임과 관련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추천한 이사후보 6인과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추천한 후보 5인 등 11인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다. 

한미그룹 측의 이사 후보는 ▲임주현 사장(이하 사내이사 후보)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최인영(기타비상무이사) ▲김하일(이하 사외이사) ▲서정모 ▲박경진 후보 등 6명이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 이사 후보는 ▲임종윤 사장(이하 사내이사) ▲임종훈 사장 ▲권규찬(이하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 ▲사봉관(사외이사) 후보 등 5명이다. 11명의 후보 중 다득표순으로 최대 6인을 선정해 기존 송영숙 회장 등 이사 4인에 더해 10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된다. 

향후 최종적인 이사회 구성 비율에 따라 OCI 그룹과의 통합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갈릴 수밖에 없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 후보가 다수 이사로 선임될 경우 이사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게 돼 통합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아직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 사장 측 이사진 선임안 5건 중 4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반면 글래스루이스와 서스틴베스트는 한미 측 후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임종윤 사장 측 후보는 전원 반대했다. 또한 ISS는 양측 모두에 대해 일부 후보 찬성·일부 반대를 권고했다.

◆ 임주현 사장 "한미의 DNA 지키기 위한 통합 결단"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연 데 이어 이날(25일) 오후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당초에는 임주현 사장 단독 기자회견 건으로 예상됐으나 현장에는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동석해 함께 질의응답에 임했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고 6년째 원외처방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주가에 실적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은 대주주들의 상속세와 오버행 문제라고 판단해 OCI그룹과 통합에 대한 딜을 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임종윤 사장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본인들을 포함한 5인을 이사 후보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해당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대주주 가족구성원 최대 4인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객관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임 사장은 현재 임종윤 사장에게 대여금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한 상태라고 밝히며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상속세 자금의 재원이나 1조원 투자 유치·향후 해당 투자금으로 진행할 사업 방향성 등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가족 간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도 함께 밝혔다. 

7.6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나머지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현재 IR부서 등 관련 부서를 통해 꾸준히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한미그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약 R&D를 한미그룹이 주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OCI그룹과 손잡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운용하며 미국 등에 해외 법인을 통해 진출한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향후 신약개발과 허가 등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통합 시너지'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기자회견 직전 발표된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한미그룹 임원 해임 건은 송영숙 회장이 숙고해 조직 내 혼란을 정리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OCI그룹의 이번 통합은 추후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신약개발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5년·10년 후를 보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를 비롯해 지주사의 상장사 지분 30% 이상 확보 등 통합에 필요한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부연했다.

법원의 신주발행 가처분 결정 인용이나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 인사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등 통합에 불리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에도 목요일로 예정된 주총까지는 우선 정해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신약 개발이나 의약품 생산과 관련해 짧게 의견을 보탰다. 특히 임종윤 사장이 바이오의약품 100개 생산과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 등의 목표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는 한미약품의 목표는 5년 내 매출액 3조원·10년 내 매출액 5조원 달성과 영업이익률 20% 달성 등"이라며 "국내와 해외 사업 비율이 현재 4:1 수준인데 장기적으로 이를 2:3 정도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미생물 배양 생산시스템을 기준으로 할 때 바이오의약품 100개를 생산하려면 최소한 생산라인 10개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추가로 필요한 자금과 인력 등을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적지 않은데) 임종윤 사장 측이 이를 모두 고려해 해당 수치를 발표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