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가격 오르며 원가 비중 커지고 저가 중국산 몰려와
中 부동산 부양책 없고 국내 수요도 위축…감산 외 답없다

포항제철소 제 3부두에서 철강제품을 선적하는 모습.
포항제철소 제 3부두에서 철강제품을 선적하는 모습.

철강업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중국발 공급은 늘어나며 제품가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2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톤당 93.26달러로 올해 들어 90달러 이상 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석탄 수요는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2023년 11월까지 누적으로 중국과 인도의 조강 생산량이 각각 1.5%와 12.1% 늘어난 것에 영향을 받았다.

반면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5일 톤당 142.58달러에서 이달 22일 기준 106.22달러까지 떨어졌고, 이는 수요 둔화에 따른 하락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유연탄 가격은 오르는데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는 건 특히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철강 시장 수요과 공급 불균형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국의 1~2월 수출 증가는 시장 수급 모순을 의미한다”며 “수요의 회복이 더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유통 재고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2월 철강수출량은 1591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늘었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수출량은 내수의 부진으로 인해 전년 대비 35.2% 증가했으며, 생산량과 재고 증가분을 수출로 해결하려는 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5대 철강재 유통 재고는 이달 8일 기준 2225만 톤으로, 지난해 12월 말1078만 톤 대비 1147만 톤이 증가하며 생산량 증가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윈난성은 현지 철강업체들이 건설용 철강 생산량을 월 평균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는 50만 톤, 광둥성은 철강 생산량을 20~50% 감축해야 한다는 계획안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 철강 감산 조치는 지난해 내내 나왔던 이야기로, 그럼에도 지난해 중국 철강 생산량은 늘어났기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수입 철강제품으로 인한 국내 시장 가격 압박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철강재 수입량은 전년 대비 12.4% 늘었지만, 금액은 2.4% 오르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수출도 쉽지 않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지난해 봉형강 수출가격은 102만원으로 국내 가격 104만원 보다 낮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철강시장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올해 중국 양회(兩會)에서 나타난 내용으로는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함께 일컫는 양회는 중국의 한 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고용확대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사전 관리와 중국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LGFV) 구조조정 강화 ▲분양 주택 관리와 민영 부동산 개발기업의 자금난 해소 등 부동산 시장 재정 건전성 관리에 맞췄다.

신규 주택 공급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을 바라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3.0%, 인프라 투자는 5.9%, 제조업 투자는 6.5% 증가했지만 부동산개발 투자는 9.6%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수요가 부진한데 싼 수입 철강제품까지 들어오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업활동도 당분간은 계속 주춤해질 가능성도 크다. 현대제철의 공장 가동률은 1분기 89%에서 4분기 말 86%로, 동국제강은 주력인 봉형강 부문이 2분기 말 97%에서 4분기 말 87%로 줄었다. 또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모두 1분기 말 대비 4분기 말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모두 감소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제강사의 보유 철근 재고량도 연말 기준 36만1000톤으로 연중 평균 29만5000톤을 뛰어넘었고, 앞으로 수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 예상되기에 제강사들의 감산 이외에는 시황의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 판단된다”며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열연은 지난해 대비 줄어들었으나, 일본산 비중이 54%에 달하고 있기에 중국 수출량이 늘어나게 되면 인상 여력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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