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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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과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등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됐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향후 사직을 결의한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이하 가나다순)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또한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진정성 있는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는 ▲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거두고 명예를 회복할 것 ▲ 정부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가 함께 협의체를 마련할 것 ▲ 의대 정원을 비롯한 의료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립할 것 등을 제시했다.

정부가 전날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늦추고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겠다는 '유화책'을 내세웠지만 효과는 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그분들(의대 교수)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한 위원장은 현장 이탈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유연한 처리 방안'을 주문했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은 한 위원장의 발언이나 정부의 제스처 이후에도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에 돌입했다. 의료계는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태다. 

전의교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예정대로 금일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와 학생, 의료진에 대한 고위 공직자의 겁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입학 정원과 배정은 협의나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대 교육의 파탄을 넘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또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더불어 누적된 피로에 의한 주 52시간 근무나 중환자·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 등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을 갖고 "2000명 증원은 현재 의대에서 교육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며 "올바른 수련과 적절한 수련을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은 협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숫자를 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의대 교육 여건이나 의사 수 추계가 어느 정도 증명되는 상황에서 숫자가 발표되는 게 합당한 절차이기 때문에 증원에 대한 백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저는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현재의 교육·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에 나설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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