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서 소외 주가 올 들어 20% 빠져…누구 책임
중국 이커머스 공세 거세지는데 커머스 대책은 있나
주총서 불만 쏟아져…최수연 대표 "위기이자 기회"

제25기 네이버 정기주주총회. 주가 부양을 약속했으나 다짐과는 반대로 뒷걸음질 치는 주가에 주주들이 최수연 대표에게 질타를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제25기 네이버 정기주주총회. 주가 부양을 약속했으나 다짐과는 반대로 뒷걸음질 치는 주가에 주주들이 최수연 대표에게 질타를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주주들의 불만이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폭발했다. 주가 부양을 약속했으나 다짐과는 반대로 뒷걸음질 치는 주가에 주주들은 최수연 대표에게 질타를 던졌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여전히 국내 공룡 '플랫폼'임을 증명했으나 주가는 호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의 공습으로 네이버 커머스 부분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주가가 불기둥을 세웠으나 국내 최대 AI 기업인 네이버는 AI 랠리에서도 소외되며 주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기술주, 성장주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면 소폭 오르고 연준 내에서 인하 신중론이 커지면 크게 떨어졌다. 호재는 보합세로 반영하고 악재는 필요 이상에 민감했다. 올해 들어 네이버 주가는 20% 빠졌으나 개인 투자자들은 네이버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사들였다.

27일 한국거래소·네이버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네이버 주식을 1조436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순매수 규모로는 2위와 큰 차이가 나는 압도적 1위다. 같은 기간 대부분의 국내 증시 투자 '큰 손'들은 네이버를 팔아치웠다. 기관이 802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가장 많은 네이버 주식을 처분했고 외국인(7924억원), 연기금(4786억원), 투자신탁사(1835억원)도 줄줄이 네이버를 팔았다.

1월 2일(이하 종가 기준) 22만7500원이었던 네이버의 주가는 전날 18만8900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0%가 떨어졌다. 네이버 주가가 도무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전날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불만 가득한 주주들이 주총 현장으로 달려갔다.

네이버는 소통 시간을 가져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해 Q&A 세션을 진행했다. 네이버로서는 아픈 질문들이 쏟아졌다. 네이버 주가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통렬한 비판과 시장의 평가는 냉정한데 네이버에는 혁신이 없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주주들은 네이버의 주가 부양, 주주 친화 정책, 서비스 혁신 계획 등을 요구했고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 가치 훼손, AI 경쟁력, 장기 성장 전략 등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최수연 대표는 "주주들이 주가에 대해 실망이 큰 것을 잘 인지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혁신이 죽은 것 같다거나 안일해 보인다는 지적을 새겨듣고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겠다"고 주주들을 달랬다.

2022년 3월 14일 네이버의 쇄신을 이끌 적임자로 수장 자리에 오른 최 대표는 올해가 마지막 임기다. 부임 이후 최 대표가 일궈낸 성과는 적지 않다.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내며 시장을 놀라게 했고 한국형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를 선보이며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포시마크를 인수해 커머스 부문을 키우며 사업을 다각화했고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철수한 자리에 '치지직'을 내세워 스트리밍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질적, 외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최 대표에게 주가는 '옥에 티'다. 최 대표 부임 당시 32만9000원이었던 네이버의 주가는 현재 74%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최 대표의 임기 마지막 해 과제는 주가 부양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먼저 커머스 부문에 대한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SK증권 남효지 연구원은 "중국 플랫폼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해외 직구 쇼핑몰로 전체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5%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이들의 거래액 규모도 작아 네이버가 수취하는 수수료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나 무시하기엔 중국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거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알리는 국내 업체들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 조건을 내걸며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가 공들이고 있는 브랜드스토어와 일부 겹친다"며 "알리에 입점하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네이버의 브랜드스토어 거래액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대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국내 시장 진입을 나쁘게 평가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네이버 쇼핑 모델 자체는 알리, 테무, 쿠팡과 직접 비교가 어렵고 파트너가 늘어나는 것은 전략적으로 긍정적 의미도 있다"며 "위기이자 기회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광고 부서는 알리, 테무와 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해외 파트너들이 광고상품, 서비스, 스마트스토어 및 브랜드스토어 일부 참여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네이버가 대형 브랜드들의 마케팅, 고객 데이터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지난해 브랜드스토어의 거래액 비중은 13%로 추정되고 그 비중은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도착 보장과 브랜드 솔루션 패키지 유료화가 시작됐고 올해 상반기 내 실적으로 증명해야 시장의 우려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면서도 "(네이버의) 성장성이 이토록 둔화했던 구간이 없었다"며 "전사 매출액 성장을 타개할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AI 사업 전망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오늘 날씨가 어떠냐'는 간단한 답변에도 네이버 AI는 틀린 답변을 내놓는다는 지적이었다.

최 대표는 "올해는 큐의 적용 범위를 확장해서 실험할 예정"이라며 "리서치 부문에서도 국내 이용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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