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덕 작가·번역가
장경덕 작가·번역가

1846년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의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1818~1865)는 중요한 의문을 품었다. 산모들이 흔히 산욕열로 사망하던 시절이었다. 이 병원의 산부인과 클리닉 둘 중 첫 번째 클리닉에서는 10% 가까운 산모가 아기를 낳은 직후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하지만 두 번째 클리닉의 사망률은 약 4%에 그쳤다. 소문이 퍼지자 첫 번째 클리닉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느니 차라리 길거리에서 아이를 낳겠다는 이들까지 나왔다. 하지만 의사들은 엄청난 사망률 차이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제멜바이스는 산모 사망률을 2.5배나 키우는 원인을 규명하는 일에 매달렸다.

어느 클리닉에서 아기를 낳을지는 무작위로 배정됐다. 두 클리닉의 산모들에게 서로 다른 특성은 없었다. 제멜바이스가 찾아낸 가장 큰 차이는 첫 번째 클리닉에서는 수련 중인 의대생들이 산모를 돌보는 데 비해 두 번째 클리닉에서는 훈련 중인 조산원들이 일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두 집단의 일상 업무를 꼼꼼히 조사했다. 의대생들은 흔히 시신을 해부한 직후에 산부인과 클리닉으로 왔다. 해부 실습교육이 없는 조산원들은 그러지 않았다. 제멜바이스는 의대생들이 해부실에서 ‘시체의 입자’를 손에 묻혀와 분만을 도울 때 산모에게 옮겼으리라는 가설을 세웠다.

해법은 간단했다. 이듬해 5월 제멜바이스는 의대생들이 첫 번째 클리닉에 들어올 때는 의무적으로 손을 씻도록 제도화했다. 그 전달에 18%를 웃돌던 산모 사망률은 6월에는 2%대, 7월에는 1%대로 떨어졌다. 손 씻기의 효과는 기적과도 같았다. 그다음 해 어떤 달에는 이 클리닉에서 단 한 명의 산모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산욕열의 위험으로부터 산모를 구할 수 있는 제멜바이스의 아이디어는 의료계의 주류에서 거듭 퇴짜를 맞았다. 그의 방식이 명백히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의사들은 그의 주장을 무시했다.

제멜바이스는 왜 그토록 무시당했을까? 동료들의 사고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의료계의 지배적인 학설은 부패한 물질에서 발산되는 독기(miasmas)가 여러 질병을 퍼트린다는 것이었다. 독기가 퍼진 공기 자체가 문제라면 손에 묻은 입자를 씻어내라는 제멜바이스의 권고는 그다지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이었다. 산모들의 죽음을 막을 방법을 찾았는데도 동료들의 조롱과 무시를 당하자 제멜바이스는 공격적이 되고 우울해졌다. 그는 결국 1865년 빈의 정신병원에서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세균 이론을 정립한 루이 파스퇴르(1822~1895)는 1860년대에 일련의 실험을 통해 제멜바이스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파스퇴르는 단순히 그가 옳았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가 옳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질병은 고약한 냄새처럼 공기 중에 퍼진 독기가 아니라 세균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유기체가 일으키는 것임이 밝혀졌다. 그의 미생물학은 의사들의 사고와 행동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파스퇴르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다. 제멜바이스는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이해시키지 못해 정신이상이 됐다.

앤드루 맥아피 MIT 교수는 ‘긱 방식(geek way)’을 설명하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긱 방식은 어느 때보다 빨리 움직이면서 더 많은 혁신을 이뤄야 하는 현대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긱 방식에서 영감을 얻고 그 방식을 실행하려면 오늘날 긱들이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는지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접근방식이 ‘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멜바이스의 주장에 콧방귀를 뀌던 의사들이 파스퇴르의 미생물학을 이해하고는 짧은 시간에 사고와 행동을 바꾸었듯이 긱 방식에 반신반의하던 경영자들도 그 방식이 왜 효과적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스스로 재빨리 그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긱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맥아피는 어려운 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괴짜(obsessive maverick)’를 긱이라고 했다. 긱은 산업화 시대에 표준화된 기업 문화를 바꾸고 (아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마리아 몬테소리가 그랬듯이)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 긱은 관료주의를 싫어하고 토론을 좋아한다. 완벽한 계획보다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어느 정도의 혼란을 용인하고, 평등주의적이며, 실패하거나 잘못이 드러나거나 보스의 견해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긱은 과학과 주인 정신, 속도, 개방성을 중시한다.

그렇다면 긱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왜 중요한가? 그 문화는 어떻게 성공으로 이끄는가?

장경덕 작가·번역가

33년간 저널리스트로서 경제와 기업을 탐사했다.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 『정글 경제 특강』 등을 썼고 『보수주의』 『21세기 자본』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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