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년 만에 적자…올해 실적 전망도 '암울'
매달 연체채권 매각 등 연체율 낮추기에 사활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여파로 실적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체질개선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56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를 낸 저축은행업계는 PF 부실 사업장 정리는 물론 연체채권 매각 등 부실 털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계속되는 업황 악화에 "어떻게든 버티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금리 하향세가 시작될 하반기 이후에나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2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대형저축은행들은 매달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일반신용대출 연체채권, 무담보 재조정, 주택담보 연체채권 매각 작업을 통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개인사업자 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부실채권(NPL)전문투자회사에도 매각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에는 저축은행이 개인사업자 연체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채널은 새출발기금 뿐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저축은행은 과잉 추심·채무조정 기회 상실이 없는 범위 내에서 캠코, NPL투자사(유동화전문회사)에 개인사업자 연체채권을 매각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취약차주 채무조정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취약·연체차주를 대상으로 5200억원 규모의 자체 채무조정을 진행했다. 이는 전년(2184억원) 대비 130% 증가한 규모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속 부동산 PF시장 위축 여파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79개사의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보다 3.14%포인트 뛰었다. 이는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5.01%로 전년 말 대비 0.27%포인트 올랐고, 부동산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대출은 2.90%에서 8.02%로 5.12%포인트 급등했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7.72%로 같은 기간 3.6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계의 전체 순손실은 5559억원으로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5조3508억원)와 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1조3000억원)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여파로 2013회계연도(2013.7∼2014.6)에 5089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올해 '적자 탈출'이 절실해진 저축은행 입장에선 연체채권 상·매각을 통한 연체율 관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자수익의 원천인 신규 대출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준태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2월 말 대비 2023년 6월 저축은행의 총 대출은 115조원에서 109조3000억원으로 4.9%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신규 대출이 축소된 것은 저축은행 여신의 연체율 상승이라는 게 박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전년동기 대비 2.7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08%포인트 소폭 상승한 반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3.8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총대출 109조3000억원 중 기업대출이 65조1000억원(59.6%)으로 가계대출 39조9000억원(36.5%)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총여신의 연체율 상승은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에 주로 기인했다고 박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올해에도 저축은행업계의 실적 전망은 어두운 게 사실이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올해 최악의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도 경영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으로, 비용 부담에다 충당금 압박이 실적을 짓누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매월 연체채권 매각 등 부실정리에 집중하면서 '건전성 높이기'를 상반기 경영방침 1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가 살아나야 하는데, 총선 이후 강력한 경제살리기 정책이 나와줬으면 한다"며 "금리 하향세가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에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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