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사업 주력으로 보수적 경영 기조 유지…자산관리·승계에 강점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이사.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이사.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도 흑자를 기록하면서 53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가 없었던 증권사가 있다. '신탁 명가' 신영증권은 업계에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금융사다. 고객 절반 이상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장기 고객인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존재한다.

신영증권은 전국에 지점이 9곳밖에 없는 중·소형 증권사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기였던 2021년 말 중·소형 증권사들이 모두 돈이 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들 때도 신영증권은 움직이지 않았다. 증권사들 사이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들불처럼 번질 때도 신영증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증권사들이 대체투자와 신사업으로 눈을 돌릴 때도 신영증권은 신탁이라는 장기이자 무기를 끝까지 고집했다.

◆ IMF와 리먼 사태 파고도 넘긴 증권사

29일 증권업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1971년 원국희 명예회장이 인수한 이래로 5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997년 외환위기로 코스피가 280까지 떨어졌을 때도 1996년(231억원), 1997년(195억원), 1998년(551억원)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리먼 사태'로 일컬어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에도 383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증권업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588억원과 528억원의 순익으로 우량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자랑했다.

신영증권의 사명인 신영(信榮)은 '고객의 신뢰가 곧 회사 번영의 근간'이라는 뜻의 '신즉근영(信則根榮)'에서 따온 단어다. 가치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2007년 방한 당시 신영증권에 투자했다고 할 정도로 대형 증권사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나 튼튼한 재무구조를 지닌 증권사다. 신영증권은 기본적으로 단기실적에 집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는 일에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무리한 외형 성장보다는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과의 장기적 신뢰 관계에 초점을 두고 내실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경영 방식 덕분에 그간의 많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지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특히 종합자산승계솔루션 서비스를 기반으로 WM(자산관리)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칭한다. APEX 패밀리 오피스 본부와 패밀리 헤리티지본부는 이러한 신영증권의 사업모델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조직이다. 충성도 높은 초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상품 소싱과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신영증권은 지난 2002년 선도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도입하고 2012년에는 세대별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장에 처음 선보이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투자자의 인생 주기를 4단계로 나눠 시기별 금융 요구에 맞는 자산관리 방법을 제시해 준다는 솔루션은 투자자의 올바른 저축 습관 정립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금융감독원 '최우수 금융신상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신탁 명가' 고집 이어간다

신영증권의 'APEX패밀리서비스'는 자손의 출산, 결혼, 교육, 독립 등 생애 중요 이벤트들을 축하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고 싶은 조부모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신영증권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탁 서비스다. 신탁은 고객(위탁자)이 재산을 금융기관(수탁자)에게 맡겨 고객의 이익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최근 단순히 비정기적으로 용돈을 제공하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산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 하는 조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이러한 손주 사랑과 승계 트렌드에 맞춰 고객과 자손의 중요 시점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지원, 투자 방법 등을 설계 및 관리한다.

이외에도 신영증권은 가족 구성 및 계획에 맞춰 자산관리와 자산승계를 결합할 수 있는 가족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로 ▲APEX결혼·출산 신탁 ▲APEX태아 신탁 ▲APEX증여안심 신탁도 선보였다.

APEX태아 신탁은 임신을 축하하고 태어날 손자녀를 위한 지원 자금을 사전적으로 준비해 주고자 하는 미래 조부모의 기쁨을 담은 상품이다. APEX증여안심 신탁은 미리 증여해 재산 가치 상승에 대한 세 부담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동시에 자녀와 손자녀의 학자금, 주거마련자금 등 미래 필요 자금을 계획해 지원해 줄 수 있는 상품이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후에는 퇴직연금 사업에도 발을 디디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영 C-레벨 퇴직 맞춤 서비스'는 퇴직했거나 퇴직 예정인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위한 상품이다.

생활자금, 부채상환, 증여 및 상속 등 퇴직금 활용 목표에 따라 세금은 물론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 인출 및 전략 등을 고객에게 제안한다. 연금, 세무, 자산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의해 도출한 최적의 방안을 바탕으로 맞춤형 제안 보고서를 제공하고 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신영증권은 단순히 기업 이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존재 의미가 있다는 신념으로 문화예술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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