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고려아연 이사회 소집에 영풍측 불참 대응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비철금속 수출입업과 위탁매매업이 주사업인 매출 2조원의 서린상사로 번지고 있다. 사진/서린상사 홈페이지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비철금속 수출입업과 위탁매매업이 주사업인 매출 2조원의 서린상사로 번지고 있다. 사진/서린상사 홈페이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영풍의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가 매출 2조원 서린상사에서 2차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예정됐던 서린상사의 임시 이사회가 이사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번 임시 이사회 추진은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3세 경영인들이 고려아연 외에도 높은 지분율에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서린상사를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여겨진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이 49.97%로 최대주주이며,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와 특수관계자 10.48%,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가 16.69%를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측 지분율이 66.66%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린상사는 임시 이사회에서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인사 4명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서린상사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중 사내이사인 장세환 대표와 함께 류해평 대표,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 등 3명은 영풍측 인사다. 이외 최창걸·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이승호 고려아연 부사장,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 등은 고려아연측 인사다. 이중 최창걸 명예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장세환 대표와 류해평 대표, 장형진 고문 등 영풍측 이사 3명이 불참하면서, 이사회가 열리기 위한 과반 수 이상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달 19일 영풍과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정관 개정안을 두고 표싸움을 벌였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안건을 제안했고, 영풍은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했다. 해당 안건은 53.02%의 득표율을 얻었고, 특별결의 사항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영풍은 지난 10년간 서린상사를 키워온 건 장세환 대표를 비롯한 영풍측이었기에 고려아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린상사는 2013년 장세환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고려아연 의존도가 큰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2013년 서린상사는 매출액 2771억원, 매출원가 2581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다. 또 매출원가 2581억원 중 1014억원, 약 40%가 고려아연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이었다. 비철금속 수출입업과 위탁매매업이 주사업인 서린상사로서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원자재를 매입해 되파는 형태가 주 수익원이었다.

장세환 대표는 지난 10년 간 서린상사 매출액을 조 단위로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 기준 서린상사는 매출액 1조529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장세환 대표는 고려아연으로부터의 매입 규모를 10년 전 수준인 1237억원으로 유지하며 서린상사가 독자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서린상사의 성장에는 해외 거점 확보와 이를 통한 사업 확장이 주효했다. 서린상사 싱가포르 법인 매출액은 2013년 1239억원에서 2023년 7783억원까지 커졌다. 이와 함께 장 대표는 서린상사를 인도와 중국에까지 진출시켰고, 중국법인 매출액 지난해 2566억원으로 서린상사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요 해외 계열사는 호주의 신재생 에너지와 페루 광산개발 업체로, 서린상사를 놓치면 동남아 광산 유통망을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서린상사 인적분할이 무산된 점과도 연관돼 있다. 영풍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아연의 제의로 추진되던 서린상사 인적분할은 최근 중단됐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와 공동으로 행해오던 원료 구매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을 행할 경우 존속회사와 분할회사 모두에 영풍의 지분이 존재하게 되고, 고려아연으로서는 현재 서린상사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 이사회를 통한 신규 이사 선임은 최대주주이면서도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한 상황을 차라리 만회하면서, 고려아연에서부터 진행되는 영풍과의 경영권 분리 행보를 계열사까지 확대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1·2세대 경영인인 최창걸·최창근 명예회장은 1984년부터 서린상사 사내이사로 선임돼 있었음에도 그동안 잡음이 없었기에, 이번 서린상사 분쟁 또한 고려아연에 이어 3세 경영인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장세환 대표 취임 후 10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서린상사에 대해 지난해 9월 영풍에 인적분할을 먼저 제안한 뒤 협의를 진행해 오던 중 이달 초 아무런 이유 없이 돌연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를 일방적으로 장악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를 중단하고 당초 합의한 서린상사 인적분할 절차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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