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언론인
[중소기업신문] 야권이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후보 등록전 단일화’ 등 7개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정권교체라는 명분이 각기 다른 정치와 정책적 지향을 선택했던 두 후보 지지자들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지 이탈을 막으려고 ‘새정치공동선언’같은 것을 준비하는 것이겠지만 단일화만으로 생각이 다른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 심각한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살아온 세계가 전혀 딴판인 두 사람이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통합하자는 것인가부터 의문을 던질 것입니다. 단일화는 정권교체 목적을 위해 절차와 수단쯤은 쉽게 희생해도 좋다는 생각이 아닌지…. 솔직히 열띤 후보 간 텔레비전 토론 한번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한 이 정치 초짜들이 정권의 실체와 속성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아마 이들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미 보는 것은 흥행을 만들어준 대가로 요직을 꿰찰 언저리의 패거리들일 것입니다.

단일화를 앞두고 정가에서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한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반대론의 초점은 무소속으로는 책임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소속 대통령 논쟁은 무엇보다 무소속이 당선될 경우 여야 정치권이 갖게될 무력감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무소속 후보가 지지도에서 거의 줄곧 우세해왔습니다. 단일화하면 무소속으로 할지 아니면 정당으로 할지도 관전 대목입니다.

무소속 집권을 아예 못 볼 것처럼 혹평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정치에서 유소속 대통령이 책임을 진 사례는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의결을 받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뒤집어 책임정치의 작동을 막았습니다. 정당으로 집권하면 선거에서 심판받아 책임정치가 구현된다고 믿는 것도 오산입니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좀먹는 나쁜 정책의 실행이 선거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면책될 수 없는데 그냥 역사의 심판에 맡겨야 하는 운명입니다.

실례로 김대중, 노무현 두 좌익 정권은 거의 숨이 넘어가고 있던 북한 정권에 최대 1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유ㆍ무상 금품을 원조하여 세습 폭압 독재 체제의 연명을 도왔고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 핵무기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누구도 책임을 진 정치인은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그 퍼주기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 형편이라서 미국의 몇몇 식자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햇볕정책의 불행한 U턴’이 일어나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견해를 보여줬습니다.

무책임은 대통령만이 아니죠. 2000년 6 ㆍ15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4억 달러를 불법 송금한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박지원은 추후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사면복권으로 지금은 원내사령탑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엄존하는데 무소속 대통령만 책임정치가 불가능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모순 중의 모순입니다. 많은 정당 소속 대통령 하에서도 무책임 정치가 횡행했던 것입니다.

무당파 국민들은 기존 정치 틀을 혐오합니다. 국익보다는 자파의 당리를 중시하는 비능률적이고 부패한 정치,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으로 겨우 6.2%를 올리면서 자기들의 국회의원 세비는 20%나 인상해 나눠먹는 못된 습성에 질렸습니다. 정당을 혐오하는 무당파 계층이 급증한 것이죠. 많은 유권자들이 무당파인데 이들을 향해 무소속은 위험하다고 외치는 것은 쇄신은커녕 반성할 줄도 모르는 정당들의 자가당착입니다.

정당 소속 국회의원을 거느려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비합리적이죠. 정부에는 국회보다 더 우수하고 유능하며 전문적인, 수적으로도 절대 우세한 공무원 관료 엘리트 집단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보아온 것처럼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하수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흔드는 도구로도 작동했습니다. 당내 2인자가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반기를 들고 야당과 합세하여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를 짓밟은 사례가 그것이죠.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교육·과학·기업 중심도시로 바꾸려는 이명박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권 때에 태동한 수도 이전의 짝퉁인 행정도시 건설에 총대를 메고 선두에 나서 수도 분할을 관철하는 집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책임정치가 정당 소속 대통령의 의도만으로 구현될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곪을 대로 곪은 우리나라의 부패와 정반대로 갈리는 파당성의 악순환을 끊을 일대 집도(執刀)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그랜드비전을 상실하고 표를 구걸하여 자파의 집권과 특정지역의 이익을 좇는 명망가 집단, 혹은 이익집단에 불과한 하루살이 정당들이 국가에 대해 무슨 책임을 진다는 말일까요? 당명을 쉴 새 없이 갈아치우는 일부터 책임질 일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화장술 같은 정치공학적 본심을 폭로하는 것일 뿐이죠. 공과를 되씹으며 100년을 버티기는커녕 10년도 못가는 정당을 급조하는 위인들이 무슨 책임정치를 운운하는지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무소속 대통령은 사상 유례가 없었다고 비판합니다. 다른 나라에 없었다고 우리나라에 없으라는 법이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여 선택하면 실현 가능한 것이죠. 건국 초기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조지 워싱턴은 2번에 걸쳐 무소속으로 대통령직을 잘 수행했습니다. 정치인만 국익으로 뭉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이전의 정당 소속 대통령들과 정당들은 마치 정치적 책임을 잘 진 것처럼 국민을 오도하면서 무소속은 나쁘다고 공격하는 착각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자 정당에 반대하고 무소속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깔보는 중대한 과오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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