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전기요금이 또 오른다. 1년5개월만에 네번째, 지난해 8월 이후 다섯달만이다. 이번 4% 인상까지 인상률은 총 19.6%나 된다. 도시가구의 경우 월평균 930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예정이다. 

지난달 당분간 전기요금을 올릴 일이 없을 것이라던 한국전력과 정부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국민들은 기습적인 전기요금 인상으로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됐다.

반발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승인해준 지식경제부는 인상률이 최소화됐고 경제주체별 인상율이 차등조정돼 부담이 적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 하지만, 서민들과 산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인상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잦은 전기요금 인상은 안그래도 불황에 팍팍해진 서민경제의 주름살을 한층 늘게 하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더 움츠러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리 없다.

글로벌 불황속에서 고분분투하는 산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산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1년반새 20% 올렸는데 전기요금을 또 올리는건 말이 안된다고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경영환경속에서도 사력을 다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원가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불황이 파고를 더할 수록 공공요금은 되도록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정론으로 통한다.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세계 평균에 못미치는 2.1%, 그 격차도 14년 만에 최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이를 두고 적자재정을 편성해서라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주장하는데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상을 두고 세간의 시선이 싸늘한데는 한전의 '방만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그 실상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한전은 적자경영을 해도 공기업중에서 최고수준의 연봉과 상여금을 꼬박꼬박 챙겨왔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는 42조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빚더미속에서도 1억4000만원이 넘는 경영성과급을 기관장에게 지급하고 직원들의 급여도 평균 200만원씩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노력보다 전기료 인상을 통해 원가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을 불렀다.

매월 두둑한 월급을 챙겨온 직원들이 각종 비리에 오르내린다는점도 눈총을 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전 직원들의 '전기도둑질'과 이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들은 타임스위치를 조작하고, 저렴한 농업용 전기를 끌어와 사용하는 등 전기를 훔치는데 '전문가'다운 솜씨를 뽑냈다.

한전 지분이 100%인 자회사들이 본사의 적자와 맞먹는 흑자를 챙겨온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전력이 최근 4년 반 동안 기록한 적자는 13조 원, 반면 6개 발전 자회사들은 같은 기간 10조 원의 흑자를 냈다. 한전의 자회사들은 한전에 전기를 팔아 배를 불리고, 역으로 한전은 배를 곪는 희한한 구조다.

일련의 사실들은 한전이 경영난을 핑계로 전기료 인상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방만경영에 대한 메스를 먼저 손대야 한다는 지적을 부르고 있다.

사실 한전이 줄기차게 전기료 인상에 나선데는 소액주주들의 소송도 한몫했다. 2011년 8월 소액주주들이 2조8569억원의 손해배상을 한전에 청구하면서 한전의 전기료 인상 행보는 시작됐고, 이는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초래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전력이 소액주주 손해보상 청구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에만 급급해 국가 전력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성을 저버리는 행위를 해왔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지경부와 마찰로 2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안이 계속 거부되자 '전기요금인가제도와 관련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제소 가능성'까지 검토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전기료는 또 올라갔고, 주주들의 환호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깜짝 전기료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전력 주가는 급등했다. 52주 신고가도 가뿐히 경신했다. 당초 올해 7월께로 인상을 전망했던 증시 전문가들 조차도 예상밖의 인상 조치에 새로 실적전망치를 짜기에 분주하다. 이번 4% 인상으로 한국전력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주들로써는 웃음꽃이 피어날 법하다.

이를두고 한전이 국민보다 주주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한전의 셈범(?)은 적중했고, 그 결과 불황속 기업들과 서민들이 지는 십자가의 무게는 좀 더 무거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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