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불황의 그늘서 증권맨 울린 한화증권퇴사자의 쓴소리…여의도 증권가 급속 전파

【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요즘 증권맨들은 어깨가 축 쳐졌다. 증권업불황으로 증권사들이 돈을 못 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은 감원을 단행하고 점포수도 크게 줄였다. 직원들은 불안하기만 했다. 많은 증권맨들이 열심히 일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중 한화투자증권(이하 한화증권) 퇴사자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이 메신저를 타고 여의도 증권가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회사를 향한 이 퇴사자의 ‘돌직구’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도 그와 같은 퇴직자의 눈물을 흘릴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맨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 문경지점의 K 대리는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2007년 12년 주식 활황기의 끝자락에 입사해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 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K씨는 회사를 떠나는 아쉬움보다 불황의 그늘이 너무 짙어 살벌해진 회사분위기 때문에 시원하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문을 열었다. "퇴사를 앞두고 첫 출근의 마음, 희망과는 달리 마지막 출근일인 오늘은 회사를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보단 시원함이 앞섭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한화증권은 직원 간에 신용과 의리로 똘똘 뭉쳐 일은 힘들어도 직원들과 일 마치고 소주잔 기울이며 친구처럼 형처럼 가족같이 지낼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분위기는 사라지고 서로 살아남기 위해 일에 찌든 얼굴만이 남아 있는것 같습니다"

K 씨는 이어 ‘언제나 답이 없는 회의 진행’, ‘보여주기 위한 회의’, ‘260명이라는 자식(직원)들을 떠나보내며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회사’, ‘260명의 자식이 나갔지만 줄어들지 않는 임원 수’ 등을 꼬집었다. 이어 ‘계속되는 급여삭감에 대한 압박’, ‘모든 것을 수익으로 평가하는 실적인정 기준’, ‘병사(직원)보다 장수(임원)가 많은 군대’ 등 한화증권 내부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직원수는 계속 줄어들고 일을 시키는 사람은 많아져 가고 있다. (저와 같은) 대리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 월급의 2.5배를 회사에 벌어다준다. 엄청난 생산성이다”라면서 “(하지만) 연봉 2억원을 받으시는 분들은 그 정도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나? 연봉 10억원 받으시는 분들은 그 정도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나? 마른행주도 계속 쥐어짜면 찢어진다. 직원들의 상반기 실적 목표배분액은 어마어마하지만 그걸 달성해도 회사는 적자라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는 큰 틀만 잡아주고 인센티브만 많이 준다면 영업직원들은 리스크를 안고도 열심히 영업을 할 것이다. 돈 만큼 좋은 촉진 요인은 없다”면서 “금광기업 CP부도 사태 때 분명히 회사는 엄청난 모험을 걸었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졌을 때는 직원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가는 회사. 과연 직원이 회사를 믿고 캠페인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K 씨는 마지막으로 “제발 몇 년 뒤 한화증권의 모든 직원들이 K 대리라는 건방진 놈이 있었지. 지금 회사를 그만둔 걸 엄청 후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회사가 되게 해달라. 실력이 부족하고 능력이 안돼 도망가지만, 한화증권을 사랑한다”고 뭉클하게 글을 마무리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이글이 사내게시판에서 삭제된데 대해  "회사가 삭제한 것이 아니라, 글이 확산되자 부담을 느낀 작성자가 스스로 글을 지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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