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STX 채권은행들이 STX에 대한 자금지원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자금지원을 안 할 수도 없고,하자니 은행도 부실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채권단은 이 난제의 해법으로 당국의 지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STX그룹 채권단은 구조조정 결과로 떠안을 손실에 대한 보전이나 면책 보장을 당국에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TX그룹을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설 경우 채권단도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최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STX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권단이 올해 STX그룹과 관련해 지원에 나서야 하는 자금규모가 신규 운영자금, 충당금 적립, 만기 도래 회사채 지원 등 총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STX그룹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경우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채권단의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STX그룹을 실사한 결과 주요 계열사에 강 회장의 친인척들이 대거 포진하는 등 STX내부경영실태가 허점투성이였고,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도 선수금환급보증(RG) 물량 부족 등 상황이 당초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채권단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STX그룹이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조선업 중심으로 재편되더라도 업황불황으로 수익성 고민이 여전하다는 점은 자금회수를 걱정해야 할 채권단이 선뜻 지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여기에 STX그룹의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STX팬오션 매각이 예비실사 결과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해 당초 유력시 되던 산은의 인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분류된다. STX팬오션 매각 차질이 장기화 되면 STX그룹의 구조조정에 일대차질이 우려된다.

자금지원에 나서야 할 채권단 일부 은행들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 등 다른 부실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19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16개 시중은행의 대기업 여신 221조원 가운데 건설 부동산 부문 여신이 27조원, 조선이 26조원, 해운이 1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신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유동성 '절벽'에 빠진 STX그룹 해법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최근 채권단과 정부는 회생조건으로 강 회장에게 사재 출연 등을 강하게 요구한 상태다. 공격적인 몸집불리기로 STX그룹을 출범 10년만에 재계 20위권으로 성장시키며 '샐러리맨 신화'를 써온 강덕수 회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