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은 부진한데 순익 10배 '배당잔치'? …이어룡 회장의 주주만 살찌는 '이상한 경영'

▲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좌)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우)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대신증권이 업황불황에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해 이익의 10배에 달하는 배당을 결정해 ‘과배당’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27일 금감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해마다 고율배당으로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대신증권은 올해도 보통주 1주당 500원, 종류주 1주당 550원의 통근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87억1988만원에 달한다. 지난 3년간 대신증권의 현금배당수익률은 보통주 5.9%→4.8%→5.26%, 우선주 9.8%→7.7%→8.81%로 책정되면서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왔다.

문제는 대신증권이 이번에 결정한 배당금 총액이 지난해 대신증권이 올린 순익의 10배가 넘는 규모라는 점이다. 대신증권은 2012 회계연도(2012.3~2013.3)에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억9837만원, 당기순이익은 33억9159만원을 올렸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98.9%, 96.2% 줄어든 수치로, 실적악화속에서도 배당만큼은 두둑하게 책정한 셈이다.

이번 배당으로 대신증권 오너일가도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최대주주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과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보통주 498만9957주-9.83%, 종류주 126만9836주-3.53%) 총 31억9334만원을 챙기게 됐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대신증권과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지난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순익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를두고 '주주이익극대화'라는 주식회사의 기본목표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신증권이 '실적보릿고개'로 신음하고 만큼 너무 과도한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1년간 지점을 115개에서 104개로 11개나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배당가능 금액은 순이익이 아니고 세법상 정해진 한도 내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지난 15년동안 배당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오면서 배당주로 인식돼 장기투자자들이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떄문에 배당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시적으로 수익이 안났다고 해서 갑자기 배당을 안하고 할 수가 없다. 올해도 그동안 쌓아온 적립금중에서 배당을 했으며, 우리뿐 아니라 적자난 기업들이 배당한 경우는 많다"고 덧붙였다. 주주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었고, 지금까지 내부에 쌓인 유보금에서 배당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하지만, 올해 대신증권의 실적이 전년대비 96% 급감할 정도로 상황이 참담하고, 유보금이 기업환경 불확실성 대비나 신성장동력 확보 등 미래가치 제고에 사용되기보다 주주관리용으로 쓰였다는 점은 곱지않은 시선을 부르고 있다.

또, 이 관계자는 "연결기준 말고 개별기준으로 순익은 172억"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연결기준 실적으로는 문제가 있겠지만, 개별기준으로는 그보다 나은 수익을 올려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 하지만, 배당금 총액이 387억원이라는 점에서 한해 장사로 올린 수익을 배당에 다 털어 넣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때문에, 이번 배당에 대해 불확실한 영업환경속에서 실적걱정이 커지고 있는 회사가 일반적으로 내린 판단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순익을 휠씬 뛰어넘는 배당규모로 사전에 충분히 논란이 예견됐음에도 이를 추진한 또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오너일가의 낮은 지분율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배당성향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신증권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9%대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1.41%, 이 회장의 장남 양홍석 부사장 6.66%, 장녀 양정연 대신증권 도쿄사무소 부소장 1.03%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9.84%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주주비율은 70%를 넘는다. 이에따라, 흔들림 없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맘을 단단히 잡을 수 있는 ‘당근’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대신증권이 그 어느 때보다 회사의 내실을 기해 고객들에게 탄탄하고 믿음이 가는 증권사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해야할 상황에서 주주배당보다는 회사신뢰도 제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대변하는 만원발생부문에서 부진한 성적를 올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신증권은 총 73건의 민원이 신고돼 10만 계좌당 4.1건의 민원이 발생, 대형증권사중 7.1건을 기록해 선두를 차지한 대우증권의 뒤를 바짝 쫒았다.

통상적으로 민원발생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용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에게는 증권사 선택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으며, 자칫 고객이탈로 돌아와 투자자문사 인수, 해외사업 강화 등 대신증권의 '명가재건' 노력에 찬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낙제점 수준의 고객만족도를 기록한 대신증권은 금융당국에게도 요주의 대상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해 두 기관을 합쳐 총 5번의 제재를 받았다. 다른 증권사들은 평균 1.3번에 그쳤다. 대신증권은 금감원의 기관주의와 거래소의 회원주의 조치도 받았다. 각각 자기인수증권의 신탁재산 편입금지를 위반하고, 통정성매매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다.

한때 10대 증권사 중 상위권에 오를정도로 ‘증권명가’로 통했던 대신증권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8위와 9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잘나가던 대신증권이 이처럼 침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에 대해 업계에서는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빈자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고 양재봉 명예회장이 타개하면서 일가족이 경영바통을 이어받긴했지만, 고인의 빈자리를 메꾸기에는 경영능력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오는 6월 7일로 주주총회가 다가온 가운데 대신증권은 사외이사 선임으로도 논란을 빚고 있다. 대신증권은 박찬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올렸다.

'전문성'을 앞세워 힘있는 고위관료출신들이 증권사 사외이사에 자리잡으면서 증권사들이 건전성의 바로미터가 되야할 사외이사를 외풍을 막는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저축은행 사태로 그 어느때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점에서 구태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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