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장비 품질 우수하고 값도 싼데 중기제품 사용기피로 '상생정책' 엇나가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정책에 역행하여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면하고 있다. 농협은 단위농협 영업점에 새로 구축한 통신망에 품질면에서 외국제품에 손색이 없으면서 가격은 싼 중소기업제품을 쓰지 않고 외국산 장비를 도입하려고 해 국내 중소 정보통신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통신업체들은 농협이 공익성이 강한 단체이고 보면 단위농협에 구축하려고 하는 통신망에 외국산 장비보다는 국내중소기업들의 장비를 전면 사용하든가 외국산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 같으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10월4일 KT·LG유플러스·SK텔레콤 등 국내 통신 3사에 `‘영업점 통신망 고도화 및 회선 서비스 이용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중소통신업체들은 이 사업에 참여를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근래 보기 드문 대형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5600여개 농협 지점 등에 전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초기 장비투자액만 800억원에 달하고 전산망 임대사용료도 5년간 17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에서는 국내중소통신업체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KT·LG유플러스·SK텔레콤 등 통신 3사가 모두 통신망 장비로 외국계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사의 제품을 제안해 국내통신업체들을 배제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통신업체들은 그동안 경찰청·철도청·우정사업본부 등 다수 공공기관에 국내 중소기업이 제작한 통신장비를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에서 국내 중소기업 장비를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주대철 이사장은 “국산 장비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농협이 외국장비로 모든 망을 구축하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육성은커녕 생존조차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모든 장비를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조달하기 어렵다면 전체 장비의 10%에 해당하는 에지(Edge) 장비만이라도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통신업체들은 농협이 입찰공고를 내면서 통신사에 장비변경을 요청할 권한을 명시했기 때문에 농협이 지금이라도 국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농협은 이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르 취하지 않고 지난달 7일 외국장비를 사용키로 한 KT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주 이사장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많이 있고 외국의 다른 제품도 많은데 통신 3사가 모두 한 회사 제품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농협이 일부 장비라도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통신망 고도화 사업은 통신사가 장비의 선정·구축·운영·유지보수를 담당하고 농협은 회선료만 지불하는 방식”이라며 “농협은 통신사의 고유업무인 통신망 구축 관련 장비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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