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올 한해 금융권은 '모피아 ㆍ낙하산 인사' 논란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각종 금융공기업과 금융관련 협회 수장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는 이제 민간 금융사까지 그 세력을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그야말로 '제2의  모피아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에 따른 비효율과 방만경영 등 각종 폐해는 물론 모피아의 관치금융 인맥으로 인한 금융감독 소홀이 금융권의 사건사고를 유발시킨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파티'는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낙하산 논란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기업은행장 후임 인사다.

정부가 모피아 출신을 차기 기업은행장에 앉히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업은행 노조는 물론 금융권과 정치권 내에서도 "기업은행장 마저 모피아 낙하산은 안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행장 자리는 관료출신 낙하산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게 사실인데도 말이다.

그 배경엔 내부출신으로 첫 기업은행장에 오른 조준희 현 행장이 있다.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배출된 내부출신 CEO인 조 행장은 지난 3년간 보여준 경영성과와 내부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등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오면서 조직 안팎으로 긍정적인 평판을 이끌어냈다. 

특히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자신의 임기 중에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반드시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는 약속도 지키는 등 중소기업의 지원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에 힘입어 조직 내에서 기업은행장의 ‘내부출신 등용’을 전통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모피아 내정설이 돌자 "또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에선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공언했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세간에서 들려오는 "정권이 바뀌어도 모피아의 금융권 지배력은 여전하다"는 비아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MB정부와의 차별성을 주장하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에게도 '관치금융 부활'이란 오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간 보여준 현 정부의 인사방향을 놓고 볼 때 기업은행장 자리는 또다시 모피아가 꿰찰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평가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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