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젊음을 바쳤던 회사인데.." 최근 결성된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에 참가한 K모씨의 긴 한숨이다. K모씨는 20대에 대신증권에 입사해 30여년간을 대신증권에만 근무해온 대신증권 역사의 산증인이자 증권업계 베테랑이다.

K 모씨는 "나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줄 알았고 맡겨진 업무에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돌아온건 퇴사압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정당한 이유를 대고 그냥 나가라고 할 것이지 회사는 나를 한직에 발령내고 신입사원보다 못한 업무와 급여로 날 압박했다"며, "수십년간 충성을 다했지만 내가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데는 불과 2년여의 시간밖에 안걸렸다”고 술회했다.

그는 "회사사정이 안좋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렇게 될때까지 경영진들이 책임진 것은 대체 무엇이 있는가. 대신증권의 오늘에는 업황탓도 있지만 무리하게 대형사업을 추진하고도 성과를 얻는데 실패하면서 힘들어진 부분이 크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 왜 모든 책임을 직원들만이 져야하고 왜 우리가 죄인이 돼야하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증시침체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거세지고 있다. 깊은 실적악화 수렁에 빠진 대신증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고 매출액은 1조48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4% 감소했다.

이는 그동안 동업자정신으로 찬사를 받아왔던 대신증권 전통의 노사관계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실적악화로 궁지에 몰린 대신증권은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에 반발한 직원들은 노조결성으로 맞섰다. 창업주인 고 양재봉 회장부터 대물림돼오던 창업이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생존의 방편으로 구조조정을 택한 회사를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당장에 허리휘는 수익성부진에 고용마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않은 난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출위기에 몰린 직원들의 절규에는 단숨에 외면키 힘든 명분이 깔려있다. 이들은 왜 직원들만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느냐고 반문한다.

직원들의 이런 문제제기는 최근 대신증권이 내린 결정을 보면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신증권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연임을 결정했다. 나 대표는 2012년 취임이후 성공적인 자산관리영업 정착과 미래성장 먹거리 확보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나 대표 취임이후 대표적인 경영평가 항목인 실적이 죽을 쑤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결성으로 볼 수 있듯 노사간 신뢰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나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대신증권의 배당정책 역시 주목된다. 대신증권은 올해로 16년째 현금배당 전통을 이어갔다. 대신증권은 보통주 1주당 200원, 우선주는 250원에, 총 162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배당금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67.8%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구조조정에까지 나선 대신증권이 여전히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는데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과 아들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9.96%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현재 지배구조만 보자면 대신증권이 ‘외풍’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고, 때문에 주주들을 위한 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진위여부를 알 순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배당으로 오너일가 역시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게됐다는 점이다. 실적위기에서 불거진 구조조정으로 노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과는 너무 대조되지 않는가.

고배당논란에 대해 대신증권측은 ‘주주가치 증대’라는 이유를 되풀이 해왔다. 맞다. 주식회사의 최우선 가치는 주주들의 이익극대화다. 하지만, 그 어떤 주주들을 향한 정책이라도 정상적인 경영성과가 바탕에 깔려야 질타와 잡음없는 명분을 얻게된다.

적자로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피땀흘려 벌어들인 잉여금을 미래가치 제고가 아닌 당장에 주주들의 입맛을 맞추기위한 배당에 펑펑쓴다면 주주들의 미래가치에도 그리 이로울 리 없다.

올해 대신증권은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와 신규 수익원 창출로 회사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신증권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는 직원들의 외침을 들어보자면 이같은 계획은 오랜 시간 동거동락해온 ‘동업자’ 직원들의 희생이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K모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평생을 바친 회사에서 나는 이젠 없어져야할 퇴물로 취급되고 있다"며, "결국 나는 소모품이었다"고 울컥했다.

오늘의 대신증권은 위기다. 위기에 대한 해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대신증권이 위기타개의 방법으로 경영실패에 대한 반성없이 '동반자 퇴출'이라는 너무 쉬운 카드를 꺼낸 것은 아닐까?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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