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로 위기의 KT를 살릴 수 있을까?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하나만 더 잘못돼도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사면초가에 놓인 KT 황창규 회장의 말이다.

정식 취임 두 달여를 맞는 황 회장이 비장한 각오로 KT 추스르기에 나섰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지적했지만, KT ENS 대출 사기와 12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이석채 전 회장의 방만 경영 적폐를 거두는 것도 시급한 마당에 여러 악재로 황 회장의 고심만 커지는 모양새다.

KT의 현 상황은 최악이다. 당장 급한 것은 이미지 쇄신이다. 개인정보가 2년 만에 유출된 것은 치명타다. 장기간 KT를 이용한 고객들이 대량 이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피해 고객들은 집단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LTE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사에 가입자를 내주고 있는 KT 입장에서는 가입자 대량 이탈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실적 악화도 문제다.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KT는 줄곧 하락세를 거듭해왔다. 5:3:2의 경쟁 구도는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LTE 시장에서만큼은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의 추격이 매섭다. 경쟁사와 비슷한 마케팅비를 투입하면서도 KT는 수개월 동안 경쟁사에 가입자를 내주며 지난해 4분기 사상 최초로 적자 전환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가입자가 순증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보조금 규제가 지속되고 소비자 이미지가 쇄신되지 않는다면 LTE 시장에서 2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여러 악재들이 황창규 회장이 KT의 분위기 쇄신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들도 제기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의 적폐를 걷어내고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비상경영’을 외치며 드라이브를 걸었던 황 회장이 이번 악재들을 계기로 광폭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황 회장은 임직원에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문제를 알면서도 관행이라며 내버려두는 태도, 보여주기식 업무추진, 임시방편 및 부서이기주의로 인해 고객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우리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업 문화의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이석채 전 회장의 방만 경영 적폐를 걷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취임한 KT 황창규 회장.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황 회장에게 KT ENS 대출 사기,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무게는 너무 무거워 보인다. “더 물러날 곳 없다”며 비장한 각오로 회사 추스르기에 나선 황 회장이 위기의 KT를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