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잇딴 비리와 사고로 신 회장 윤리·신뢰경영 '흔들'
'인명사고''납품업체 뒷돈''정보유출'등 악재로 '사면초가'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얼마 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홈쇼핑의 비리사건을 보고 받고는 크게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전에 이같이 크게 화를 낸 적은 없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신 회장이 분노한 것은 재벌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은 등치는 한심한 작태가 롯데에서 벌어져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땅바닥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경영다짐도 ‘허언’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은 잇따른 사고와 비리사건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불공정행위를 막고 상생에 힘을 쓰겠다고 약속하면서 의원들의 뭇매를 피해갔던 신 회장은 내부에서 걸핏하면 터지는 메가톤급 악재로 '사면초가'상태다.

잦은 안전사고가 롯데그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재벌기업 중에서 롯데처럼 안전불감증에 빠진 회사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롯데그룹의 기업문화가 '인권과 인명'을 중대가치로 생각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게 할 정도이다.

지난 8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서는 배관이 폭발해 인부 1명이 숨지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후 2번째 사망사고로, 지난 1년 동안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는 핵심 기둥 균열, 자동 상승판 거푸집 추락, 철제 파이프 추락 등 인명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해 서울 삼성동에서 발생한 헬기충돌사고로 제2롯데월드 설립 전부터 우려를 샀던 초고층 빌딩 출동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재점화 됐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사고가 하도 잦아 '사고월드'라는 오명까지 붙고 있다. 사고원인은 무리한 공사진행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오기도 한다. 롯데측이 공사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가 벌어진 '예고된 인재'라는 분석이다. 공기가 우선이지 공사인부의 안전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롯데측이 원했던 5월 조기개장이 물 건너 간 것은 물론, 확실한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건축허가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의 강도 높은 대책으로 초고층 빌딩건축의 선제조건인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 3조5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제2롯데월드 건설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당초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에 따른 막대한 투자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롯데'에 중소납품업체를 등친 기업비리는 신동빈 회장의 윤리경영에 치명타였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이 회사 임직원들이 힘없는 중소납품업체를 상대로 방송편성 등을 빌미로 뒷돈을 챙기는 비리사건이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에 고위층이 연루된 정황을 잡고 비자금 조성 등 회사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비리고리가 어디까지 이어졌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검찰은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공사 발주와 관련된 구매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롯데홈쇼핑의 본부장과 부문장급 전직 임원 등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으며, 비리자금이 당시 대표였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에게도 흘러간 정황을 잡고 신 사장을 금주 중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신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하다 2012년 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옮긴 상태다.

검찰의 수사가 롯데홈쇼핑의 비리가 일부 임직원 개개인의 비리라기보다는 전임 사장이 중소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데 사실상 앞장서왔다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보여지면서 신 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다른 롯데그룹계열사 임원들도 과연 깨끗한가라는 의심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번사건에 대해 롯데측은 개인비리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진상규명에 착수하고, 계열사 전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등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해 롯데그룹이 대내외에 동반성장을 천명하고 나서 드러난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가 높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자, 롯데그룹은 그동안 불거진 '갑'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불공정행위 근절과 동반성장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이런 그룹측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신 회장도 큰 질타 없이 무난하게 국감출석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중소납품업체의 등골을 빼먹는 이번 비리사건으로 롯데내부의 치부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당시 롯데그룹의 약속은 결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회장님 구하기용' 아니었냐는 비난마저 낳고 있다.

신 회장이 그동안 신뢰경영,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우고, 사장단 회의 때마다 협력사와 공정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키고 납품 관련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비리사건으로 신 회장의 외침은 내부에서 만연한 '도둑들'을 제대로 간파하지도 못한 헛구호였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롯데홈쇼핑에는 '우이독경'이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롯데카드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 못해 유출시키는 사고로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정보가 공공정보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현재 당시 유출된 개인정보가 언제 어떤식으로 돌아올 지 모르는 2차 피해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보기 힘든 악재들이 속출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에도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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