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팩서 지난해 순익의 6배 넘는 과배당금 챙겨 '사금고'의혹…제품가 인상에도 앞장

▲ 담철곤 오리온 회장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회사는 멍들어도 내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빗나간 경영’이 빈축을 사고 있다. 담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인 아이팩에 일감을 몰아주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을 고배당으로 챙겨 한때 '위장계열사' 의혹이 제기됐던 아이팩과 담 회장 사이의 묘한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이팩은 담회장의 현금마련창구? 3년간 360억 챙겨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팩은 담철곤 회장(지분 53.33%)에게 배당금 150억88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당기순이익의 6배 이상에 이르는 금액이다. 지난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당기 순익에 대한 현금 배당액의 비율)이 13%선이었던데 비추어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가는 초고배당인 셈이다.

지난해 아이팩의 실적은 좋은편이 아니었다. 매출액 403억원, 영억이익 7억원, 순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706억원)대비 반토막, 영업이익은 전년(43억원)대비 83%가량 급감했다. 그런데도 아이팩은 오너에게 거액의 배당을 결정했다. 대주주인 담 회장은 배당을 명목으로 이 회사가 지난해 번 돈의 6배 이상을 빼내 개인주머니로 돌린 셈이다.

담 회장은 그 전에도 아이팩을 ‘사금고’처럼 여길 정도로 거액의 배당을 챙겼다. 아이팩은 지난 2011년에도 담 회장에게 200억5600만원을 배당한 바 있어 담회장이 2010년 아이팩을 인수한 뒤 받아간 배당금은 올해 150억을 포함해 모두 36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 금액은 아이팩이 담 회장에게 인수되기 직전인 2009년말 매각한 서울 논현동 건물(강남구 논현동 91-6필지의 토지(976㎡)와 지상 10층 건물) 매각대금(약 3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건물을 산 곳은 오리온의 자회사 스포츠토토였다.

아이팩은 과자포장지를 만드는 회사이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에 납품해 매출을 올려온 회사로 그동안 계속 '일감몰아주기'논란을 빚었다. 작년만 하더라도 매출 403억원 중 80%에 이르는 324억원이 오리온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오리온은 아이팩에 일감을 주고 아이팩은 다시 담 회장에게 배당을 통해 '떼돈'을 안겨주는 구조로 아이팩 이외의 중소포장지업체들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다.

오리온의 아이팩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주목되는 점은 오리온이 일명 '뻥튀기'로 통하는 과대포장 논란에 휘말려 왔다는 점이다. 올 초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국내 제과업체의 과자 포장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리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의 포장이 가장 크게 ‘뻥튀기’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의 은박지 낱개 포장과 완충재를 걷어낸 실제 내용물의 부피는 171.8c㎥로 박스부피(1021.2c㎥)의 16.8%에 불과했다. 포장이 내용물보다 5배나 크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오리온 ‘리얼초콜릿 클래식 미니’(빈공간 77.6%), ‘고소미’(69.7%) 등 다수제품이 과대포장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는 포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어 관련 법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오리온 등 제과업체들은 과자 파손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법적 기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오리온의 '과대포장'은 아이팩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포장지의 크기 등 외형문제는 그만큼 포장지가 더, 또는 덜 들어가는 문제로 아이팩의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용은 가격에 전가돼 결국 소비자에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아이팩이 담 회장에게 거액의 배당을 지급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배당을 통해 오너의 곳간을 채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결국 아이팩이 담 회장의 현금마련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담 회장은 아이팩말고도 다른 계열사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보수로 담 회장에게 53억9100만원을 지급했다. 아이팩에서 받은 배당금과 더하면 총 200억원이 넘는다.

담 회장의 '고수익'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담 회장의 '자기 배불리기'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담 회장은 아이팩에서 보듯 회사의 내실에는 개의치 않고 개인의 이익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담 회장은 회사 돈에 손을 대 쇠고랑을 찬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해 대법원은 오리온과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담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내렸다.

여기에다 오리온이 걸핏하면 과자 값을 올려 온 것도 담 회장의 정도경영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오리온이 과도한 가격인상으로 불황속 서민들의 주름살을 한층 깊게하고 있고 정부의 물가관리정책에 대한 호응도 매우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리온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초코파이의 경우 2012년 9월 25% 가량 인상된 데 이어, 올 초 다시 20% 인상됐다. 1년 반만에 무려 50%가까이 뛰었다. 그 사이 밀가루를 비롯한 원부자재가 인상율은 이를 훨씬 밑돈다고 소비자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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