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계열사 일감지원으로 급성장한 MRO계열사 LG서브원은 오너일가 '화수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에서는 다른 재벌그룹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이 중소기업과 상생차원에서 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LG그룹은 이 이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모습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LG그룹도 정부의 중소기업육성정책에 호응해 중소기업과의 상생대책을 발표했으나 이 가운데 MRO사업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다.

LG그룹 오너일가들이 MRO사업에 손은 못 떼는 이유는 LG서브원이 손쉽게 돈을 벌어 자신들의 배를 불릴 수 있는 ‘꿀단지’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브원은 그룹이 필요한 소모성자재를 경쟁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사는 일만 하면 돼 그야말로 힘들이지 않고 큰 돈을 벌수 있는 회사다. MRO사업에서 중소사업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LG서브원은 아직도 끝없는 일감몰아주기로 오너일가의 '내 불리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은 가시지 않고 있다.

LG서브원은 지난해에도 그룹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로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2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서브원은 지난해 매출액 4조4360억원, 영업이익은 1386억원, 당기순이익은 9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LG유통에서 인적 분할돼 설립될 당시 2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10년 남짓 사이에 20배가량 껑충 뛴 셈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룹계열사의 일감지원으로 해가 다르게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서브원은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매출 17조3292억원을 올렸는데, 같은기간 LG전자 등 계열사에서 올린 매출은 12조43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거래율은 71.74%에 달한다. 계약방식도 주로 수의계약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은 전형적인 중소기업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벌대기업들이 이 시장을 싹쓸이 해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막아 생존기반을 흔든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재벌대기업들은 몇 해 전 중소기업과 상생을 다짐하면서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주)LG 자회사인 서브원은 이 사업을 결코 놓지 않았다.

문제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발판으로 한 서브원의 급성장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면하면서 오너일가 '주머니 채우기'와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LG그룹 오너일가가 서브원의 MRO사업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브원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 ㈜LG다. 또, LG의 지분 48.58%는 구본무 회장 을 포함한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구 회장은 (주)LG 지분 11%를 보유중이며, 구 회장의 친동생들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각각 7.72%, 5.13%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구 회장의 양아들인 구광모 LG전자 부장이 4.8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주사 LG의 100% 지분에도 오너일가가 서브원과 연결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배당문제가 더해지면 서브원과 구씨일가의 관계는 더 끈끈해진다. 서브원은 LG를 대상으로 2010년 325억원, 2011년에는 40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은 35.73%에 이른다. 또, 2012년 390억원, 2013년에는 26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각각 37.77%와 31.53%에 달한다.

결국 LG그룹이 일감을 준 뒤 서브원은 이를 통해 올린 수익중 일부를 (주)LG에 배당하고, 다시 LG는 오너일가에게 배당을 하는 'LG그룹-서브원-LG-오너일가'식의 먹거리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서브원의 해외사업 확대는 권장돼야하겠지만 국내부분은 중소기업과 상생 문제, 불거진 오너일가 '배불리기' 지적 등을 고려해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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