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자본주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의 첨병, 증권업계가 얼어붙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증권불황의 여파로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지면서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무더기로 실직자로 전락하고 살아 남은 직원들도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늘고 있다.

퇴출공포에 증권사 노조설립이 잇따랐다. 대신증권이 그 표본이다. 한때 ‘동업자 정신’으로 찬사를 받왔던 대신증권에도 강도높은 구조조정한파가 불어닥쳤다. 잇딴 지점축소와 강도 높아진 영업압박, 인력구조조정에 지친 대신증권 직원들은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더니 급기야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대신증권 노동조합(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이 탄생한 것이다.

대신증권 노조는 오너일가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지지 않는 경영태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경영에서 전횡을 휘둘러온 오너일가 등 경영진들의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떠넘기면서 일방적인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행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투쟁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노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대신증권의 오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빈자리가 크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양 회장의 생전과 후의 대신증권의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 양 회장은 위기때마다 남다른 경영해법을 제시하면서 오늘날의 대신증권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신증권이 대기업 계열사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한 바탕에는 양 회장의 '고객중심경영'과 '동업자 정신’이 깔려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양 회장 별세 이후 이어룡 회장과 올해 33살 젊은나이의 양홍석 사장의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대신증권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실적문제는 두말할 것없고, 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창업주의 경영철학이었던 ‘동업자 정신’은 단절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증권업황 불황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고 양 회장이 금융위기보다 파고가 컸던 1997년 IMF 외환위기속에서도 무차입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외부적인 환경요인이 최근 대신증권의 변화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현 경영진에서 창업주와 같은 경영지혜를 발견할 수 없다는 데 직원들은 못내 아쉬워 하는 분위기다.

'책임'측면에서도 선대와 후대는 차이를 보인다. 고 양 회장은 과거 대신증권이 빚에 허덕일 때 자신의 임금을 깎고 임원의 판공비를 줄여 위기를 타개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선장이 몸소 실천하고 나서자 직원들은 믿고 따랐고, 이런 솔선수범과 동업자 정신이 깔리며 대신증권은 더 높게 도약했다.

하지만 현 경영진의 주축을 이루는 오너일가에서는 이런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읽을 수 없다. 회사 실적부진에도 해마다 거액의 배당으로 배를불려 '고액배당'논란에 휘말려온 지금의 오너일가의 경영자세는 너무 이기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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