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김영환

며칠 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다 정문 옆 게시판에서 ‘국회의원 박영선 외 129인으로부터 집회 요구가 있으므로 국회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8월22일부터 제328회 임시국회가 소집된다’는 요지의 글이 정의화 의장 명의로 붙어 있는 걸 보았습니다. 8월19일 밤 11시59분, 회기 마감 1분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0명 전원의 소집 요구였습니다. 입법 부패연루 혐의로 수사 받는 동료 의원들에게 회기 사이의 동의 없이 체포 가능한 기간을 이틀로 줄이려는 ‘방탄용’ 이었고 그들의 장외투쟁으로 국회는 안 열렸습니다. 그러나 집요한 검찰은 그 이틀 간 국회의원 셋을 전격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죠.
 
그날 넓은 의사당 뜰에 잔디 자동차 몇 대가 연두색 카펫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누구 보라고 저리 곱게 다듬나. 하루에 2억 원 씩 날리며….’ 넉 달 이상 ‘법안처리 0건’이라는 무능 국회의 이 모습을 국민들이 보면 속이 더 끓었을 겁니다. 아무리 ‘민생과 경제’를 외쳐도 메아리가 없었죠. 혹시 정부가 실패해야 집권 길이 열리니 국민이 죽건 말건 정부가 잘 하라고 도울 뜻은 없다는 건가요.
 
국회를 소집했으면 국사를 논의할 일이지 자기들의 소집 요구를 씹고 거리 투쟁에 나섰습니다. 광우병 선동에 이어 또 하나의 반정부 투쟁이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합니다. 과거 수적으로 밀리는 야당의 강경 투쟁을 국민들은 어느 정도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수결도 아닙니다. 18대 국회 끝에 한나라당이 야당 된다고 지레 겁먹고 대비했다는 소위 ‘국회선진화’ 조항은 국회법 57조에 모든 안건은 여야 동수의 상임위 안건조정위원회를 90일간 구성하며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당은 '눈은 뜬 채 몸통을 자물쇠로 잠그는 악법'이라는 당 내외의 비판을 무시하고 2012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도 공약이라며 의결했는데  위헌 청구한다고 설레발치다가 잠잠하니 어이없죠. 정부와 여당, 대통령이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야당 협조 없이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식물국회’를 막을 책임과 분별력이 야당에 요구된다는 겁니다.
 
야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문재인 의원은 한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면서 단식에 동참했습니다. 그렇다면 문 의원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죠. 그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 178밀리미터라는 물 폭탄이 터졌고 부산경남에 십여 명의 사망·실종자를 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에서 재난지역 선포를 거론했습니다. 문재인은 농성장에 앉아 책 펴놓고 밑의 지하철이 시끄럽다고 타령할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죠. 대신 그는 노무현 영화제로 향하는 특이한 동선(動線)을 보였습니다. 존재감이 부각되도록 뉴스메이커 곁에서 단식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습니다. 친노 좌장에 초선인 그는 당 지지도를 희생하여 자신의 지지도를 올린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도는 최저 16퍼센트로 추락했습니다. 재야세력에 휩쓸려 국정의 발목을 잡는 행태에 싸늘한 ‘국민 공감’입니다. 거리에서 농성하려면 국회 소집은 요구하지 말았어야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43명의 유족들도 여야 원내대표의 특별법 2차 합의안에 찬성했습니다. 여야 정쟁에 세월호 침몰이 악용되고 경제침체로 민생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 유족의 바람이었죠. 민생법과 세월호법을 분리하자는 국민 여론도 70퍼센트를 넘었고, 60퍼센트 이상의 국민이 장외투쟁에 반대했습니다. 다수 국민들이 ‘이제 그만’을 외치는 것입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구호를 내걸지만 과적과 평형수를 빼낸 선박의 복원력 상실, 급격한 변침이 침몰의 물리적 원인으로 드러났습니다. 304명의 수장과 실종을 지켜만 본 것 같은 목포해경의 소극적 대처도 한몫했습니다. 필자는 세월호와 진도VTS의 교신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승객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될까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니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십시오." 말이 되나요. 탈출 안 시키면 어떻게 하라고요. 퇴선 안내 방송도 깜박했다는 해경 구조선 정장, 침몰 배의 비상벨을 잊었다는 세월호 선장입니다. "만기친람하지 말라"고 비판받는 대통령이 이런 데도 책임 있나 의문입니다. 정치적 원인은 어떻게 세모의 파산에서 청해진해운으로의 복원력이 생겼는지 정·관계와의 흉악한 유착 존부를 밝히는 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모든 선거는 제로베이스이고 새로운 국가 비전을 만드는 사람들이 뜹니다, ‘내가 대선에서 2등 했는데’라는 추억을 떨치고 활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야당이 집권하려면 외연의 확장이 절대조건입니다. ‘당권이 대권이다’며 ‘친노와 집 토기’들만 만족시키는 수동적인 프레임으로 성공하기 어렵죠.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모바일 부진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에 어림없는 ‘어닝쇼크’입니다. 조선에 이어 텔레비전, 자동차도 중국에 포위될 것입니다. 결과는 실업 증가, 사회불안이죠. 고비용 임신·출산, 육아, 망국적인 사교육, 살인적 집값에 나라의 기둥뿌리인 청년이 흔들리고 인구 증가가 절망적입니다. 국회 연구보고서는 현 추세라면 한국 인구는 현재 5천만에서 2036년 4천만으로 줄고, 2750년에는 멸종에 직면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것으로 진단했답니다.
 
모두의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난국에 의사당 앞 계단에서 파업 노동자처럼 주먹을 휘둘러 피곤한 구호를 외치는 중진국 정치를 언제까지 보여줄 겁니까. 도대체 문재인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선과 총선,재·보선 연패에서 얻은 교훈이 무언가요. 
 
청해진해운이 당장 내기 어려운 수천억원대의 방대한 세월호 수습 비용을 대려면 세금도 잘 걷히도록 경제발전을 촉진할 법안과 ‘송파 세 모녀 자살’을 막을 민생 법안들이 시급하죠. 야당이 국회의 본업을 잊고 대통령에게 입법 책임을 전가하며 밖으로 나돌수록 법안 생산비는 증가하고 국민 부담이 늡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인의 용기 있는 온건파 의원들이 “이 장외투쟁 역시 작년 노숙투쟁과 다름없이 의회민주주의의 포기로 기록되고 말 것이며, 우리와 국민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한 고언을 되새겨 디지털 선진화 시대에 어울리는 대안 제시형, 수권 정당형, 덧셈의 정치를 펼치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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