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김영환

오늘은 66주년 국군의 날입니다. 필자도 청춘의 만 3년을 국군으로 최전선에서 국토를 지킨 게 자랑스러워집니다. 지금 대한민국 주변에는 호전적인 세력들이 넘실댑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대를 초현대화하는 중국, 우경화가 아닌 신군국주의라고 불러야 할 일본, 주변국 영토를 합병해가는 러시아, 핵무기를 쥐고 불바다를 위협하는 북한이 그렇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킵니까. 요즘의 국회가 아니라 국군입니다.

북한 독재엔 입을 다문 카터가 1970년대 ‘인권외교’를 내걸고 주한미군 철수로 위협하자 자주국방으로 맞서 국방을 강화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지 40년이 다가오건만 우리는 전작권 환수를 감당 못해 미국에 재연기를 또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집단안보나 동맹체제로 안보보험을 들고 있어야 안전하지만 자체 방위력이 최우선이죠.
 
외부 상황은 이런데 군의 사고로 군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무대 선임병의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은 군 역사에 큰 오욕입니다. 전선에서 생명을 걸고 부상자를 정신없이 구조해야 할 의무병들이 평시의 안일에 빠진 증거랄까요. 물론 군은 성현군자들이 모이는 집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도죠. 규율의 억압을 밑으로 전가하려는 기도가 틈만 나면 분출할 가능성도 숨길 수 없죠. 이런 병영문화의 적폐는 군의 정신전력을 흐리게 한 역대 집권세력들에게도 있다고 봅니다. 연천 ‘530GP 내무반 수류탄 투척 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은 북한 적 도발을 노무현 정권이 부대원의 난동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8월 윤 일병 사건을 놓고 국방장관에게 책상을 치면서 호통 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군 미필과 군대의 비리에 대한 질타는 별개지만 행정도시 반대로 명료한 정치 신념을 보여준 거구의 김 대표가 병역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없었더라면  호소력이 한층 컷을 것이다.
 
유력 대권주자라는 아버지 박원순 서울시장은 접어두고 그 아들 병역 논란에 MRI 의혹을 제기한 양승오 박사에 대해 시장은 선처를 호소했지만 양 박사는 오히려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며 기소를 원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아들에 대한 김대업의 병풍조작이 병역을 중시하는 국민에게 잘도 먹혀 대선에서 두 차례나 졌죠. 병역은 대선의 핵심적인 체크리스트입니다.
 
필자의 집안은 아버지와 아들 4형제에 누나와 외아들까지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4남매를 맡긴 채 6·25전선으로 향했지만 수당도 받는 호시절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작고했고 동생 한 명은 국립묘지에 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고위 공직의 병역면탈자들을 더욱 의혹의 눈초리로 ‘스캔’하게 된 셈입니다.
 
신체검사에 떨어지려고 눈에 멀미약까지 넣는다는 남자들의 집요한 병역 면탈 기도와 달리 최근 뭐 하나 부러울 게 없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 씨가 해군사관 후보생으로 입영하는 모습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신선한 실천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군의 좋은 면만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지만 여군 1만명 시대를 앞두고 연약한 탤런트인 홍은희, 라미란, 김소연 씨 등이 실탄 사격은 물론이고 남자도 하기 힘든 두 줄 타기 계곡 도하 유격훈련을 받으며 당당하게 '진짜 사나이' 못지않은 애국적 정신력을 자랑했습니다.

병역 면제는 장애인에게 당연하지만 수상한 병역면탈자들이 군대만큼 과중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고위 공직을 맡는 데는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법도 고쳐서 군필자에게는 작은 혜택이라도 다시 주고 공무원과 선출직 공직자, 재계, 언론인 등 주요 인사들의 병역 상황을 확대하여 인터넷으로 공개함으로써 헌법이 명시한 국민개병제의 강력한 취지를 살리고 국군의 사기를 높여야 합니다.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한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에서 발췌)‘
 
필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2차대전 때 해군의 어뢰 공격기 조종사였던 그는 기체가 일군의 공격으로 격추되자 불타는 기체 파편과 함께  큰 부상을 입고 바다에 떨어져 미군 잠수함에 구조되었는데 잘 낙하하지 못한 것을 늘 후회하다가 53년 뒤인 1997년, 대통령에서 퇴임한 뒤 72세에 낙하산으로 정확하게 착지했습니다. 미국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여줍니다.

경제성장이 어떻고 저떻고를 따지기 전에 국가 존립의 핵심인 영토 수호의 가치를 떠받들어야 합니다. 공산주의에 맞서 피 흘리며 싸운 국군은 진정한 민주화 유공자들입니다. 이 순간에도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지키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 중인 국내외의 60여만 국군 장병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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