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차기 회장도 'TK'·'PK'아니면 어렵다는 인식 팽배…"후진적인 관치금융" 비판여론 높아

【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 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은행권 수장들의 특정지역 편중현상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여지없이 붕괴됐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 회장과 행장을 모두 TK, PK가 장악했거나 장악할 태세여서 금융권에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천하를 목전에 두게 됐다. 이미 신한, 우리, 하나 등 3대 금융그룹의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은 모두 TK나 PK 출신인사들이 차지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를 졸업했으며,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를 졸업했다. 한 회장 이전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도 경북 상주 출신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과 관계없이 TK인맥 등을 중심으로 신한금융그룹의 ‘황제’로 군림해왔다.

우리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를 졸업한 TK다. 전임자인 이팔성 회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경남 진교농고를 졸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모두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김 회장은 경남고를 졸업했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경북 대창고를 졸업했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주로 금융분야에서 일해 온 김 행장이 능력도 뛰어나지만 행장에 오른데는 TK가 큰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전산기 전환문제로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해 공석이 된 KB금융지주 차지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금융계 인사들마저 모두 TK 출신이다.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TK의 본산인 대구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경북 사대부고를 졸업했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 상주고를 나왔다.

한 금융권 인사는 “국내 금융계를 TK와 PK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2010년 신한 사태가 MB정권 하에서 호남 출신인 신상훈 사장이 신한금융을 물려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일어났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을 성심성의껏 보좌한 죄 밖에 없는데 호남출신정치인들에게 줄을 대 회장자리를 노린다는 모략으로 결국 중도에서 퇴진하고 말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본의와는 상관없이 금융권의 ‘TK폐권주의’의 희생양이 됐다고 볼 수 있다.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특정 지역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후진적인 관치금융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그런 면에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외부 출신의 금융권 인사가 오느냐 아니면 KB 내부 출신 인사가 뽑히느냐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TK 대 비TK’의 대결 구도라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차기 KB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KB 출신 인사들 중 TK나 PK 출신이 아니면 낙점받기 힘들며 결국 TK 출신의 외부 인사가 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일반화 돼 있다.

실제로 KB 내부 출신 중 유력 후보로 민병덕 전 행장(충남 천안)과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전남 나주), 김옥찬 전 부행장(서울), 윤웅원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경기 용인)이 꼽히고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비영남 출신으로 낙점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부나 금융당국은 KB 회장 자리를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영남 출신을 회장으로 앉히겠냐”며 “TK나 PK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건 금융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이런 특정지역 편중인사에 의한 후진적인 관치금융의 현실에 금융계 안팎에서 비판여론은 높기만 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특정지역 출신이 금융계를 장악한다는 건 제3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말 후진적인 모습”이라며 “그 근원이 관치금융에 있는 만큼,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행태 또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출신 인사의 차기 회장 선임에 반대해 직원 1만명 이상이 서명운동을 벌인 KB금융그룹 임직원들도 격앙된 분위기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다른 은행 부행장 출신이나 KB보다 훨씬 작은 은행의 수장이 거론되는 건 도대체 뭐냐”며 “특정지역 출신 외부 인사가 오면 또다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내부 출신 인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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