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낙하산'근절 추궁에 “금융회사 인사 개입 안할 것”
명쾌한 해법은 제시않고 원론적 답변 반복해 인사개입 여지 남겨

▲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중소기업신문=이수정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금융 등 금융권의 정치권출신 낙하산인사문제와 금융당국이 민간금융사들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들은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야말로 원론적인 수준이고 역대 고위 금융당국자들이 국회 등에서 유사한 발언을 하고도 지키지 않아온 전례에 비추어 임 후보자가 과연 금융사인사에 개입하지 않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케이비(KB)금융그룹 등 금융회사 인사에 대한 외부 압력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앞으로 청와대나 정치권의 인사 개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물었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았더니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내려오고 있다. 어떤 압력에도 부적절한 인사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 금융회사의 채용 기준은 전문성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임 후보자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고 결코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명쾌한 해법과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경우에 따라선 인사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금융권의 정치권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그동안 금융위원장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청와대 등의 압력으로 소신이 꺾여왔다. 믿어달라는 말만 하지 말고 ‘대국민선언’ 등 대책을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 기식의원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인사 압력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금융위 고위 관계자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 있느냐”며 구체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 후보자는 이들 질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의 인사압력에 의한 금융당국의 인사개입에 대한 답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청와대의 낙하산인사압력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없다는 어려운 처지를 침묵으로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정치권출신 낙하산들이 금융사들의 요직을 차지해 ‘정치금융’논란을 빚고 있다. 오는 15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의 후임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출신으로 전형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KB 내분 사태 수석부행장인 핵심 당사자로 책임론이 불거져 물러난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5일 KB금융지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다. 박 내정자는 서금회 회장을 맡은 바 있는 등 서강대 인맥의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서금회의 창립 멤버로 2007년 창립 때부터 6년 동안 회장직을 맡았다.

우리은행사외이사에서도 ‘정피아’가 대거 선임되고 서금회도 막강파워를 과시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 4명을 선임했다.

이들 4명 중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NH투자증권 상무, 유진자산운용 사장 등을 지낸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금회 출신이다. 정 교수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했으며, 대선 때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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