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와병 상황선 '허언극'으로 끝날 가능성 높아
이 부회장도 해법제시엔 '소극적'…이회장 도덕성 '도마'

▲ 이건희 회장(사진 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지 1년 동안 삼성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사재출연문제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고 아직껏 오리무중이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운명을 달리하게 되면 사재출연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전에 극적으로 이행될 것인지, 아니면 대 국민 ‘기만극’으로 흐지부지 될는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5월1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했다. 무엇보다도 ‘이재용시대’를 열기 위한 후계구도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는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어 승계의 틀을 거의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그 일환으로 삼성은 전자와 금융, 건설, 화학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이 부회장 지배구조를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 재편 작업을 벌였다. 3세승계의 ‘핵심고리’로 주목을 받았던 제일모직과 삼성SDS도 지난해 말을 전후해 증시에 상장됐다. 부당이득논란이 한창이지만 이 부 회장은 편법에 의한 천문학적 상장차익으로 '돈과 권력(지배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후계자의 위상을 확고하게 굳힌 형국이다.

순환출자고리도 한층 단순화됐으며, 금융 계열사 지분도 삼성생명 중심으로 정리가 됐다. 사실상 그 1년 새에 '이건희 삼성'에서 '이재용 삼성'체제가 본격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이 꼭 풀어야할 숙제는?

수백조원대의 삼성그룹이 무사하게 아들에게로 승계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회장, 즉 삼성그룹이 꼭 풀고 넘어가야할 밀린 숙제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이 회장이 국민들에게 눈물로 약속한 사재출연약속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 '삼성특검'이후 사죄의 뜻으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명재산을 실명전환한 뒤 벌금 등을 내고 나머지를 좋은 일에 쓰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강산이 변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무려 7년 남짓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국민들에 대한 약속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 1조에 가까운 돈을 오래 전에 출연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 회장이 그동안 사재출연문제에 아무런 언급을 해오지 않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는 당시 이 회장의 ‘눈물의 약속’이 위기를 모면하고 보기위한 ‘쇼’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현재 이 회장은 와병중이어서 스스로가 이 문제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 병고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이 문제를 들먹인다는 것이 난센스다. 이 회장의 용태와 관련한 보도가 간간히 흘러나오지만 삼성측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이나 자료 등은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병세가 어떠한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이 회장이 사재출연문제를 직접 거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회장 차원에서 사재출연약속은 사실상 실종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회장의 사재출연약속은 당시 삼성과 오너일가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 상황에에서 국면전환용 ‘허언’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그렇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문제가 없었던 일로 지나칠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회장의 ‘불법’이 바탕이 된 ‘이재용 삼성’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재출연은 꼭 이행돼야하고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김용철 사건 당시 이 회장이 삼성SDS 헐값발행 등 편법과 불법행위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대국민사재출연을 약속했고 그 최대 수혜자는 이 재용 부회장인데 이 문제를 없었던 일로 하고 이 재용시대가 열린다고 하면 누가 그 정당성을 인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정치권에서 불법이 깔린 만큼 삼성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 등이 누리고 있는 상장차익을 환수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이고 보면 사재출연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 회장이 보인 눈물에 진정성은 담겼었나?

삼성이 이 문제를 풀지 않을 경우 이 회장 본인은 물론 삼성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크다. 만약 이 회장이 사재출연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결론나면 이 회장은 ‘거짓말 하는 기업인’으로 낙인찍히면서 그동안 애써 일군 ‘글로벌 삼성’이란 큰 공적도 평가절하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 역시 국민을 업신여기는 재벌로 ‘삼성공화국’의 이미지는 더욱 심화될 위험이 있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힘의 삼성'이 그동안 '무노조경영'이란 경영철학아래 '노조파괴공작'도 서슴없이 해왔다는 비난여론 역시 거세질 가능성이 적지않다.

향후 이 부회장이 이런 위험부담 때문에 부친의 사재출연약속에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역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부회장은 부친의 와병이후 지난 1년간 이 문제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자신은 책임선상에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사재출연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사재출연규모가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점도 이 부회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사재출연금액을 구체적으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시민단체 등에서는 1조원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후계과정에서 지배력 강화와 상속세부담이 당면한 최대 현안인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처럼 천문학적규모의 사재출연문제를 거론해 혹을 붙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삼성이 오너일가를 제치고 그룹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낮다. 이 회장 와병을 전후해 사재출연약속에 대한 삼성의 대응을 보면 우선 오너일가의 일이기 때문에 언급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도덕성에서 타격을 받더라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라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 회장이 사망하게 되면 그의 ‘눈물의 대국민 약속’은 궁지에 몰려 ‘그냥 해본 말’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총수일가는 내 배를 불리는데 국민은 안중에 없고 '거짓'과 '꼼수' 동원에 너무 능하다는 비판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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