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의 지분 0.57%로 삼성전자 지배력강화 수단
외신은 시너지효과에 의문…'부당이득논란'· '무노조경영' 등 사회적 책임문제는 외면

▲ 이재용 부회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추진으로 이건희 회장이 오랜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삼성 만들기'가 막바지에 이른 모습이다.

넘치는 장밋빛 전망에도, 부당이득논란, 무노조경영, 백혈병문제 등 사회적승인을 위한 사회적책임문제에는 어떠한 언급도 없어 이건희 시대의 불법과 편법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이재용 시대에도 사회적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두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하나의 사건이다. 대를 이어 막대한 부를 온전히 넘겨 주기위해 수십년간 치밀한 계획아래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제 서서히 종막에 이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미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이 맡아온 삼성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도 물려받았다.

양사의 합병에 대해 국내와는 달리 외신에서는 그 시너지에 대한 의문을 보내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 이번 합병에 대한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분명한 권력 이동"이라면서 합병의 공식적인 이유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합병을 통해) 삼성 제국의 핵심 부문,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평가’논란에 따라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을 지적한 한성대 김상조 교수의 언급도 거론했다.

향후 주주반대 등을 넘어 합병이 마무리 된다면 삼성의 순환출자 지배구조고리는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다만, 이것이 후진적 지배구조인 순환출자고리의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한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오히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대주주(16.5%)가 되는 동시에 핵심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총괄하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이재용 삼성’은 불법과 편법의 고리에서 출발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 부회장 등을 상대로 삼성SDS BW를 헐값으로 발행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제일모직 역시 헐갑발행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이 부회장의 천문학적인 삼성SDS 상장차익에 대한 부당이득논란을 낳고 있다. 정치권서는 이를 범죄수익으로 규정, 환수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아울러 후진적 노사관계라는 질타를 받고 있는 무노조경영, 지지부진한 백혈병협상문제, 여전한 제왕적경영 등 ‘이재용 삼성’이 답 해야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국민 기만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는 사재출연약속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부친과 마찬가지로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한은 최대한으로 확대하면서도 책임은 지지않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따라 '이재용 삼성'은 사회적승인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회장 병고이후 삼성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과 삼성은 이에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름만 바뀌었지, 삼성의 도덕성이나 대국민관은 과거에서 한치도 더 나아가지 않고 오로지 총수일가에만 충성하는 전 근대적인 제왕적 경영체제가 앞으로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상 전향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반응이다.

문제는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e-삼성’ 실패에서 볼 수 있 듯 특별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 부회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삼성을 지배하려 한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삼성이 더이상 외면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자칫 돈 많은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의 오랜 노력 끝에 삼성이라는 굴지의 기업 총수자리에 올랐다는 말이 이 부회장에게 영원한 꼬리표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회장 타이틀'만 물려받았지 능력에 대한 평가는 계속 의문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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