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본질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건희 일가의 '부의 대물림'
삼성물산 저평가는 주주가치보호 보다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 서두른 탓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시민단체나 일부 학계인사들은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물림을 굳히기 위해 서둘러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주주가치 문제와 향후 주주가치제고 대책 등은 빠져 주주가치 보호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삼성물산의 저평가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를 맞바꾸기로 한 것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제일모직은 현재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경우 부동산 경기침체로 최저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교환비율은 객관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같은 문제로 삼성물산 주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으며 삼성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주주가치 보호문제는 비중을 두지 않은 결과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로 인해 지난해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왜 합병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주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맡은 바 있는 이찬우 국민대 교수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내용이 빠져 실망했다. 향후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이 저평가 받았다는데 대해 경제개혁연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합병비율과 관련 “건설경기 불황도 있지만 삼성그룹이 두 회사를 홀딩컴퍼니(지주회사)로 생각하고 그동안 주가를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실적이 안 좋은 상황이기도 했으나 주가지수가 2000이 넘는 상황에서도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보유하던 삼성에스디에스(SDS) 주식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매각한 것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을 앞두고 보유중인 삼성에스디에스의 지분가치가 1조8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란 전망이 나오는데도, 이를 공모가에 내다 팔아 1조1500여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이 교수는 더욱 큰 문제는 두 회사의 합병에서 회사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는 “합병 발표엔 대표도, 사업분야도 현재 그대로 두면서 신수종사업만을 더하겠다는 정도만 있었다”는 정도로 주주가치기 올라갈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삼성이 합병의 불가피성이 있었다하더라도 주주가치문제를 외면한데 대해 국민연금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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