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국민연금, '삼성 합병 안건' 의결권행사전문위에 회부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찬반을 직접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전문위’)에 회부해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야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8일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건과 같이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고자 한다면 엄청난 반발과 비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은 올해 4월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491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19.7%에 해당하는 96.8조원 가량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다수의 국내 우량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대량보유신고서를 제출한 회사만 140여개사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광범위한 영역의 주주권 중에서 의결권 행사에서만큼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자문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대부분은 기금운용본부내의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된 자문기구인 의결권전문위에서 심의․의결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의사결정에서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이 국민연금이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라며, 안건의 성격상 의결권전문위에 회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자문기관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모두 합병 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상황에서 의결권전문위에 회부하지 않고 단독 처리하기로 한다면, 이는 국민연금이 삼성의 압력에 굴복했음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만약 국민연금이 시장과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연금의 그간 평판을 무너뜨리는 결과는 물론, 스스로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민의 연금’이 아니라 ‘삼성의 뒷주머니’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이후에 과연 국민연금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우격다짐으로 찬성표를 던져 합병 건이 통과한다고 해도 이재용 부회장은 재산의 불법 증식이라는 과거의 멍에에 더해 주총 결과까지 조작했다는 새로운 주홍글씨를 평생 달고 다닐 것"이라며, "삼성이 여전히 시장경제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을 농락하는 오만한 존재라는 사실을 재확인 받는 것은 물론, 한국경제가 일개 가문에 의해 지배되는 시대착오적인 시장이라는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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