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3세 대주주인 비상장사에 일감몰아줘 세금없는 승계추진할 듯
오너일가 개인회사격 사조시스템즈·사조인터내셔날 내부거래 주목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사조그룹이 3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을 사조대림,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등 사조그룹 주요 4대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올린 것은 그 서막이라고 할수 있겠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주 회장 역시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전형적인 재벌가의 편법승계 방식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정책에는 반하지만 세금을 최대한 덜 내면서 아들에게 회사를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승계의 핵심은 그룹지배력확보다. 주 본부장이 그룹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승계자금을 마련해 실질적인 지배회사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주 본부장의 사조산업 지분은 1.87%에 불과하다. 현재 사조산업의 대주주는 29.94%를 보유한 주 회장이며, 2대주주는 사조해표(9.9%)다.

그가 최대주주로 오르기 위한 관건은 막대한 자금마련이다. 주 본부장이 사조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조산업의 지분을 현금으로 사들이거나 부친의 지분을 잘 물려받아야 한다. 그러나 당장 이처럼 큰 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주 본부장이 사조산업 등기이사로 오른 것만을 두고 후계구도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사조는 앞으로 3세경영승계를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 본부장이 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조가 일감몰아주기로 이 두 회사를 키워 상장이나 배당을 통해 후계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말 기준 주지홍 총괄본부장이 51%, 주진우 회장이 11%,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이 38%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라고 할 수 있다.

23일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126억원 중 71억원(56.5%)을 사조산업 등 사조그룹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에서 올렸다. 2011년에도 66%, 2012년에도 91.39%, 2013년에도 91.95%에 달하는 매출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사조인터내셔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사조인터내셔널 주지홍 본부장이 47.28%, 주진우 회장이 20.35%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지난해 사조인터내셔널의 매출액 192억원중 103억원(53.7%)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은 2012년에는 60%, 2013년에는 75.66%까지 이른다.

이처럼 주 본부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 두 회사는 계열사의 일감을 발판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주 회장 일가가 이 두 회사를 3세경영승계의 해법으로 결론지었는지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즉,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성장시켜 상장이나 배당 등을 통해 경영권승계의 탄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많은 재벌가의 공식이 재현되지 않겠느냐다.

여기에 이 두 회사가 지주사겪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라는 점에서 단순한 재원마련용이 아닌 '합병카드'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은 사조산업의 지분을 각각 1.97%, 6.78%,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들 기업과 사조산업이 합병할 경우 주 본부장은 사조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일거에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올해 상장회사인 사조오양이 비상장사인 사조남부햄과 흡수합병 한 것은 눈길을 끈다. 사조남부햄은 주 본부장이 8.92%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 합병전 사조남부햄 최대주주는 사조대림(91.08%)으로, 주 본부장이 최대주주인 사조인터내셔널도 지분 3.84%를 보유했다. 또, 합병전 주 본부장의 사조오양 지분은 0.74%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조오양의 최대주주는 주 본부장이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22.47%)였다.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의 합병 비율은 1대6.36652다.

결론적으로 합병을 통해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 합병법인에 대한 주 본부장의 지배력은 한층 높아지게 되는 구조다. 합병당시 회사측은 '시너지효과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그 목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사조그룹이 흡수합병 등 사업조정을 끊임없이 단행하고 있는 것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세금 없는 부의 편법승계'를 위한 치밀한 준비작업이라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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