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점포수 2년 새 352개 줄어
비대면거래 늘면서 점포 생산성 하락
은행권, 신개념 혁신점포로 생존모색

 

▲ 영업점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점포 정리에 나선 시중은행들이 기존 점포를 새로운 형태의 신(新)점포로 탈바꿈시키며 금융환경에 변화에 따른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SC은행 지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동네은행이 빠르게 줄고 있다. 조회·이체는 물론 금융상품 가입, 대출까지 가능한 스마트폰·인터넷 뱅킹서비스의 활성화로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이 급감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한 탓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은행권은 영업망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적자 점포를 줄이고 같은 지역 내 영업점간 출혈경쟁을 막는 등 점포운용의 초점을 '효율화'로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상품판매와 고객서비스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영업점의 무리한 축소가 고객이탈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단기실적주의에서 탈피해 장기적인 혁신점포 구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25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를 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국내은행 18곳의 점포수는 지난해 6월 말 7600개에서 올해 6월 말 7480개로 120개(1.8%) 가량 줄었다. 2년 전(7832개)에 비해서는 352개(4.4%)가 사라졌다.

한국SC은행은 2013년 6월 말 360개에서 올 6월 말 259개로 2년 새 101개가 줄어 점포 감소율이 은행권에서 가장 컸다. 한국씨티은행의 점포는 203개에서 134개로 69개가 줄었다. 두 외국계은행은 영업채널 효율화를 내세우며 점포 통폐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1204개 1153개로 51개 줄었고, 신한은행은 957개에서 919개로 38개 점포가 폐쇄됐다. 통합 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47개, 14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우리은행 점포도 1014개에서 997개로 17개가 줄었다.

이 밖에 농협은행은 10개(1187개→1177개), 기업은행은 9개(638개→629개)가 감소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3개(100개→103개)가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채널이 급성장하면서 점포에 의존하는 기존 영업방식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인근 점포와의 통폐합이나 특화점포 신설 등 영업점의 효율적 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포 통폐합 등으로 은행원도 크게 줄었다. 시중은행 임직원은 2013년 6월 말 7만5697명에서 올 6월 말 7만3940명으로 1757명(2.3%)이 짐을 쌌다. SC은행은 같은 기간 5330명에서 5127명으로 203명(3.8%), 씨티은행은 4090명에서 3593명으로 497명(12.2%) 줄었다. 

은행들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데에는 정보통신(IT)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채널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전체의 90%에 육박하면서 국내은행 점포의 생산성이 크게 저하된 영향이 크다. 

올 6월 말 기준 PB센터를 포함한 시중은행의 전체 점포는 6162개로, 이 중 354개(5.7%)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점포 20개 중 1개가 적자에 시달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영업과 상담 대부분이 점포에서 이뤄지는 만큼 단기실적에 치우친 점포 축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점포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점포의 역할 재정립과 영업시간 조정, 직원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은행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영업채널 혁신 노력과 함께 기존 점포 및 직원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기존 점포를 새로운 형태의 신(新)점포로 탈바꿈시키며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탄력점포, 은행·보험·카드상품을 한 곳에서 가입할 수 있는 복합점포, 20인승 미니버스를 개조한 차량형 이동점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백화점과 이마트 등에서 2~3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소형점포가 등장했고, 태블릿PC 등 IT기술을 접목한 혁신점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은행업무 처리 시스템이 탑재된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영업방식의 '아웃도어세일지(ODS)'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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