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행사 지난해 전철을 밟지 않고 상생할 수 있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얼어붙은 내수시장을 녹이겠다며 정부가 주도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사실상 대기업 배불리기로 끝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기업은 실적호조로 쾌재를 불렀지만, 제살을 깎아가면서 할인폭을 감당한 협력사와 손님이 줄어 텅빈 가게를 지켜야 했던 소상공인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정부가 지난해 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독려하고 나서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적극 보조를 맞췄다. 행사 초기 할인품목과 할인율이 한정적이란 소비자 불만이 터지자, 대형 유통업체들은 부랴부랴 품목을 확대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골육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좋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롯데 계열사들의 행사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대형 유통업체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줬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는 행사기간동안 평균 20% 이상의 매출신장을 달성했으며, 통상 추석명절 직후 역신장을 보여왔던 대형마트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납품업체와 소상공인들은 쓴맛을 봤다. '노마진' 세일을 강조하던 대형 유통업체들이 협력사에게 너무 인색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할인폭에 대한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긴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 참가 기업중 65%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부과하는 수수료가 행사기간에도 그대로 유지되거나 되레 올랐다고 증언했다. 나머지 34%는 1~5%의 수수료 감면을 받았지만, 이는 평균 할인율 30%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대형 유통업체들이 협력사들의 고혈을 빨아 흥행한 행사였다는 비판이다.

한 협력사의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대기업이 강요하면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행사가를 맞추느라 평상시보다 할인폭을 대폭 높여 당시 손실분을 메꾸지 못한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로 몰리면서 이들을 찾은 발길이 뚝 끊겼다. 평소에도 대형 유통업체의 난립으로 매출급감에 허덕이던 이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그야말로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였다. 한 상점 주인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그나마 있던 손님마저 (대형 유통업체가) 걷어 가면 죽으라는 얘기 아니냐"고 항변했다.

침체된 내수를 살리겠다는 좋은 취지에도 정부의 탁상행정과 대기업의 탐욕이 상승작용하면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실화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지난해 전철을 밟지 않고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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