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이마트” 실언 되나…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 노심초사

▲ 지난해 혁신을 강조한 이마트가 연초부터 가격전쟁을 선포하면서 자본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가격 중심 판매정책으로 회귀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혁신’이 빛을 바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며 “세상에 없는 이마트”를 공언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도 안 돼 이마트가 ‘1원 전쟁’에 나서면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가격 중심 판매 전략으로 회귀했다는 평가다.

연초부터 이마트와 쿠팡 간에 벌어지고 있는 초저가 가격경쟁은 다른 유통업체들이 뛰어들면서 확전되는 양상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쩐의 전쟁’을 벌이면서 납품업체들은 언제 '단가 후려치기'를 당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혁신과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업계 최저가’로 대변되는 이마트의 기존 성장방식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정 부회장의 포부에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여 만에 이마트는 사실상 회귀했다.

이마트의 가격전쟁에는 정 부회장의 의중이 깔려 있다. 지난해 말 정 부회장은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젊은층이 선호하는 상품을 싸게 판매해 고객을 끌어 모았다며 적자를 보더라도 최저가 정책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지휘 아래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정 부회장이 직접 최저가 정책을 지시했다는 말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왜 이마트는 가격공세를 재개하려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의 탈출구를 온라인에 찾고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절박함’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과거 골목상권 침탈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벌금형을 받은 이후 경영행보를 강화했다. 신세계의 후계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상무 시절부터 공을 들인 중국 이마트는 누적적자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점이 오픈할 때 마다 대대적으로 전해지던 중국 소식은 현재 폐점 소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정 부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해외진출 전략에 경고음이 켜진 셈이다. 중국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이 부회장은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제 시작단계다.

동생인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체기로에 선 이마트의 ‘부활’은 정 부회장에게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다시 해외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안방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영토 확장을 위해 가격을 앞세운 판매 전략으로 회귀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하지만 정 부회장이 경영성과에 잡착해 너무 쉬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전쟁은 결국 힘(가격)으로 상대를 밀어붙이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하지만 가격으로 끌어들인 소비자들은 더 싼 곳을 찾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겨냥한 가격정책은 아니다"라면서 "온라인 사업 강화로 그동안 뺏긴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정책의 일환이며 지난해 강조한 차별화 전략도 지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전쟁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저가 경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중소 협력업체들이 그 부담을 떠안는 ‘을의 아픔’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대형 유통사들이 납품사에 할인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마트가 그동안 협력사를 옥죄는 갑질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우로만 여길 수 없다.

훌륭한 경영자는 경영철학과 비전이 있다. 단순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식의 행태는 경영자가 아닌 장사꾼이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정 부회장에게 원하는 것은 ‘장사꾼 정용진’이 아닌 ‘경영자 정용진’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